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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의 단가를 만드는 결국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는가에 달려있다.

도산의 단가를 만드는 결국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는가에 달려있다.

도산의 단가를 만드는 결국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는가에 달려있다.

Article Highlights

  • 성수가 거래량이 폭증하며 외형이 커지는 상권이라면, 도산은 거래 건수가 줄어도 건당 결제액이 올라 단가로 값을 지탱하는 성숙 상권이다.

  • 도산에서 건물값을 정하는 첫 변수는 유동인구가 아니라 옆집 브랜드다. 알로·젠틀몬스터 같은 앵커가 바뀔 때마다 지가가 계단식으로 뛰었다.

  • 도산은 하나의 상권이 아니라 골목마다 성격이 다른 세 개의 라인이다. 에르메스·알로·설화수의 럭셔리 메종, 루이비통·슈프림·케이스티파이의 하이프(hype), 버켄스탁·ON·Bape의 컨템포러리가 한 블록씩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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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 일대의 지가는 2017~2019년만 해도 평당 1억 원에서 1억 3천만 원 사이였다. 지금은 평당 3억 5천만 원에서 4억 원을 오간다. 임대 수익률로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가격인데도 거래는 끊이지 않는다. 이 골목에서 건물의 값을 정하는 것은 임대료가 아니라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느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일대의 카드 매출을 뜯어보면, 도산은 손님이 늘어서 크는 상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쓰는 금액이 올라가며 크는 상권이다. 그 단가를 정하는 게 브랜드다. 도산공원에서 그 공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봤다.

골목마다 다른 세 개의 라인


도산공원은 하나의 상권이 아니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임대료의 수준도, 들어오는 자본의 성격도 다르다.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에르메스(Hermès) 메종과 알로(Alo), 설화수, 페로탕 갤러리와 메종 바카라가 이어진다. 이 라인의 건물들은 물건을 파는 곳임과 동시에 브랜드를 두는 곳에 가깝다. 회전이 느리고 손바뀜도 드물다. 갤러리와 하이엔드 패션이 자리를 지키면서 일대 지가가 내려가지 않는 기준선 역할을 한다.

에르메스와 알로, 그리고 설화수가 있는 가로수 거리


도산공원 동측 이면도로로 들어가면 슈프림(Supreme), 스투시(Stüssy),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케이스티파이(CASETiFY), 퍼퓨머H(Perfumer H)가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골목인데 해외에서 온 방문객이 매장 앞에 줄을 선다. 글로벌 신진 브랜드가 한국 1호점 자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검토하는 골목이고, 그래서 대로변보다 임대료가 높은 필지가 나온다.

스투시 매장 앞, 3월 중순과 7월 중순의 사진 비교. 계절에 상관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거기서 한 블록을 더 가면 엘보른(Elborn), Bape, Kream, Numbering, Satur, ON 등 모두 작년에 계약하거나 오픈한 컨템포러리 라인이 나온다.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자연도소금빵이 있고, 그 옆에는 오래된 칼국수집과 정육점이 그대로 있다. 이 라인은 사람들을 골목에 머물게 한다.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선 건물 주변으로는 유동이 고이고, 그 유동이 옆 건물의 임대료와 매매가에 반영된다.

다양한 브랜드와 F&B가 밀집해있는 컨템포러리 라인


어느 라인에 있느냐가 건물에 들어올 수 있는 브랜드를 정하고, 들어온 브랜드가 다시 건물값을 정한다.

업종마다 찾는 건물이 다르다


브랜드가 건물을 고르는 기준은 업종에 따라 갈린다.

럭셔리 브랜드는 노출보다 층고와 구성을 본다. 지난해 7월 도산공원 정문 앞에 문을 연 알로(Alo)의 아시아 첫 플래그십은 에르메스 도산과 메종 사우스케이프 사이에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건물 전체를 쓰고, 나무 루버로 감싼 외관은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들어서면 층고가 트여 있고, 위층에는 루프탑 테라스와 정원, VIP용 프라이빗 공간이 있다. 밖으로는 닫혀 있고 안에서 넓어지는 구성인데, 도산 정문 라인의 하이엔드 매장들이 대체로 이런 방식을 쓴다.

에르메스와 마찬가지로 알로도 외관으로는 내부 모습을 유추할 수 없다.


패션 플래그십이 찾는 건물은 다르다. 외벽을 브랜드 컬러로 통째로 칠하거나 다른 자재를 덧씌울 수 있는, 손대기 쉬운 건물이 선호된다. 이들에게 매장은 판매 공간이면서 동시에 SNS로 송출되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건물 외관을 바꿀 수 있느냐가 계약 조건만큼 중요해진다.

헤드웨어 전문 브랜드 어티슈(ATiSSU)에서 진행하는 팝업


F&B는 여백을 찾는다. 사람들이 도산에 오는 이유가 식사 자체보다 공간에 있다는 걸 테넌트들이 안다. 1층을 꽉 채운 건물보다 마당이나 중정을 낼 수 있는 건물, 테라스와 루프탑이 나오는 건물에 수요가 붙는다.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그 공간의 사진이 쌓이고, 그게 다시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위의 사진은 런던베이글, 아래는 최근 오픈한 디저트 카페 쿠라리에(카페 내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닥터마틴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축으로 의료가 있다. 도산·청담 라인의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최근 1년(2025.7~2026.6) 도산 권역에서만 약 2,760억 원의 카드 매출을 냈다. 소매(약 2,780억 원)와 맞먹는 규모이고, 1년 새 340억 원 넘게 늘었다. 럭셔리를 포함한 소매가 지가의 바닥을 받치고, 그 위에서 고단가 의료가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구조이다.

입점 심사의 첫 항목, 옆집

올해 모노그램 130주년을 기념해 스토어 리뉴얼을 한 루이비통 도산과 그 맞은편 한국 첫 공식 매장인 슈프림(Supreme) 도산은 도산의 감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해외 본사의 입점 검토에서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유동인구가 아니라 이웃 브랜드다. 입지와 임대 조건이 좋아도 옆 매장의 결이 맞지 않으면 계약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우량 브랜드가 옆 건물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물의 평가가 함께 올라간다. 건물주들이 특정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의 경험으로는 브랜드는 노출 천장의 마감, 발렛 부스의 소재와 위치까지 브랜드 기준에 맞아야 하는 디테일을 요구한다. 최근 도산에 들어오는 테넌트들은 인테리어에 수십억 원에서 100억원 이상을 쓴다. 건물을 단순히 빌리는 게 아니라 파사드와 내부를 브랜드의 매체로 쓰는 것에 가깝고, 건물주에게는 그 눈높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가 임대차의 조건이 된다.

세입자가 건물주가 됐다

2021년부터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브랜드 복합 공간으로 사용된 하우스 노웨어 도산 . 지금의 도산 상권을 만들어낸 매장 중 하나이다.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다. 이 회사는 2023년 11월과 2024년 3월 도산공원 일대 건물 두 곳을 사들였고, 2024년 10월에는 자사 플래그십 '하우스 도산'이 임차해 있던 신사동 649-8 건물을 686억 원에 매입했다. 대지 195평, 평당 3억 5천만 원. 이면도로 건물로는 전례가 없는 가격이었고, 도산공원 일대 평당 최고가 기록이 됐다. 이 일대에서만 1년 남짓한 기간에 1천억 원 넘는 부동산을 매입한 셈이다.

개별 건물이 아니라 블록의 한 축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한 브랜드가 골목의 여러 필지를 쥐고 있으면 그 일대의 임차 구성과 분위기를 직접 설계할 수 있고, 지가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브랜드가 상권을 소유하려는 방식은 럭셔리 라인이 즐비한 도쿄의 긴자에서도 인근 성수동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앵커가 움직이면 상권의 경계도 움직인다. 한 길목에 몰려 있던 유동이 주변으로 번지고, 이면이라 불리던 골목에 새 매장이 들어선다. 메인 스트리트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후발 브랜드들이 2선 골목으로 들어오면서 상권의 밀도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최근 투자 수요가 이면도로의 구옥에 몰리는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신축 부지가 거의 없는 도산공원에서는 구옥을 사서 브랜드가 원하는 형태로 고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 방식이기 때문이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의 계산


숫자가 이 논리를 증명한다. F&B가 마중물을 부은 2017~2019년, 이 일대 공실률은 15~18%에 평당 지가는 1억~1억 3천만 원 수준이었다. 노티드와 꽁티드툴레아 같은 유명 F&B가 들어오며 낙후 상권이 힙한 골목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다.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 같은 대형 플래그십이 트래픽을 폭발시킨 2020~2021년에는 공실률이 5~7%로 내려앉고 평당가는 1억 8천만~2억 4천만 원까지 뛰었다. 그리고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슈프림 같은 로컬·글로벌 브랜드가 안착한 2022년 이후, 공실률은 1~3%, 평당가는 3억 5천만~4억 원에 이르렀다. 지가의 계단은 앵커의 교체와 정확히 겹친다. 단계마다 새로운 급의 브랜드가 들어왔고, 그때마다 평당가가 한 단씩 올라섰다.

성수와 도산, 같은 열기 다른 문법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두 상권을 나란히 놓으면 도산의 성격이 더 또렷해진다. 성수와 도산은 열기의 온도는 비슷하지만, 값이 오르는 문법이 다르다.

성수는 성장이다. 최근 1년(2025.6~2026.5) 성수 권역의 카드 매출은 약 4,971억 원으로, 1년 전(2,429억 원)의 두 배가 됐다. 거래 건수도 381만 건에서 746만 건으로 두 배 늘었다. 소매가 3,748억 원으로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소매 매출만 1년 새 1,900억 원 넘게 불었다. 사람이 몰리고 거래가 폭증하며 상권 자체가 커진, 외형의 급성장이다.

도산은 다르다. 최근 1년(2025.7~2026.6) 도산 권역의 매출은 1조 162억 원으로 1년 전(9,777억 원)과 거의 같고, 거래 건수는 1,361만 건에서 1,307만 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신 건당 결제액이 71,850원에서 77,721원으로 올랐다. 성수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신흥이라면, 도산은 외형 성장이 멎은 대신 단가로 값을 지탱하는 성숙 상권이다.

규모를 건물 단위로 보면 도산의 밀도가 드러난다. 성수는 1,679개 건물에서 약 5,000억 원을, 도산은 493개 건물에서 1조 원을 만든다. 건물 한 채가 만드는 매출이 도산은 성수의 약 일곱 배다. 넓게 퍼져 크는 성수와 달리, 도산은 좁은 골목에 고단가 소비가 응축돼 있다.

파는 물건도 다르다. 성수는 소매가 상권을 끌고 간다(전체의 75%). 도산은 음식(3,402억)·소매(2,776억)·의료(2,761억)가 나란히 삼분하는데, 특히 의료가 소매와 맞먹는다. 피부과·성형외과 매출이 소매에 육박하는 곳은 서울에서 강남대로변을 제외하면 도산·청담 라인이 거의 유일하다. 럭셔리와 의료라는 고단가 소비가 한 골목에 겹쳐 있다는 것, 그게 도산과 압구정의 단가를 떠받치는 실체다.

손님의 국적도 갈린다. 도산의 외국인 소비는 중국이 39%로 쏠려 있고, 1년 전(35.7%)보다 편중이 더 심해졌다. 성수는 중국 26%, 일본 17%, 대만 13%로 고르게 퍼져 있다. 도산에 들어오려는 브랜드라면, 이 골목의 소비가 어느 지갑에 기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정리하면, 성수는 트래픽과 소매로 외형을 키우는 급성장 상권이고, 도산은 성장세로 성수와 견주는 곳이 아니라 건물당 밀도와 고단가 소비(럭셔리·의료)로 값을 떠받치는 성숙 상권이다. 도산에서 건물값을 밀어 올리는 건 사람 수가 아니라 그 골목이 감당하는 소비의 단가이고, 그 단가를 정하는 것이 다시 브랜드다.

빠르게 바뀌는 골목과 그대로인 골목

2025년 오픈한 카시나(Kasina)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2026년 2월에 문을 연 오르(ORR)의 매장 앞
이솝 코리아 오피스로 사용했던 건물 1층에 최근 매장을 오픈한 이솝(Aesop) 도산점


도산공원은 서울에서 손바뀜이 가장 빠른 상권 중 하나다. 외관을 바꾸는 데 제약이 적어 3년 전, 6년 전과 지금의 거리 풍경이 다르다. 그런데 그 옆에는 십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인 가게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가 파사드를 갈아엎는 필지와 변하지 않는 로컬 가게가 같은 골목에 있고, 사람들은 베이글을 사러 왔다가 에르메스 앞을 지나 돌아가거나 알로를 둘러보고 당근케이크 맛집에 들러 티타임을 갖는다.

이 조합이 도산공원 상권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브랜드는 계속 바뀌지만 골목의 정체성은 유지되고, 그 위에서 지가는 계단을 올라간다. 성수가 거래량으로 값을 올리는 동안 도산은 단가로 값을 올려 왔고, 다음 계단은 결국 어떤 급의 브랜드가 어느 골목에 자리를 잡느냐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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