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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자, 불황과 고물가 소비자들이 자산 가치와 실용성을 모두 잡은 럭셔리 주얼리로 이동하고 있다.

명품 가방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자, 불황과 고물가 소비자들이 자산 가치와 실용성을 모두 잡은 럭셔리 주얼리로 이동하고 있다.

명품 가방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자, 불황과 고물가 소비자들이 자산 가치와 실용성을 모두 잡은 럭셔리 주얼리로 이동하고 있다.

Article Highlights

  • 명품 가방 가격이 폭등하며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면서, 소비 욕구가 럭셔리 주얼리로 이동했다.

  • 럭셔리 주얼리의 엔트리 라인은 가방보다 가격이 낮아 입문이 용이하며, 금과 같은 실물 안전 자산으로서 가치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된다.

  •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외향적 과시 소비에서, 매일 착용하며 자기만족을 느끼는 내향적 소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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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절, 갈 곳을 잃은 여행 자금은 명품 매장 앞으로 결집했다. 해외여행과 외식이 막힌 상황에서 억눌린 소비 욕구는 명품 가방이라는 단 하나의 출구로 압축됐다. '명품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리셀이라는 개념 자체야 중고나라 등 다양하게 존재했지만, KREAM과 같은 플랫폼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시간 대기하고 그 날 구할 수 없으면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도 도전. 그렇게 손에 넣은 가방은 금융 상품처럼 거래됐다. 브랜드들은 연간 두세 차례 가격을 올렸고, 모 명품 브랜드의 클래식백의 가격은 5년 새 70% 가까이 폭등했지만 줄은 오히려 길어졌다. 가격 인상이 수요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지금이 가장 싸다'는 강력한 구매 신호로 작동하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가방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자산'으로 군림했던 그 시절의 상징적 모습 (출처: AI 생성 이미지)

그 구조는 지금도 유효한가? 답은 'YES'

명품 브랜드가 대중에게 지겨워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매년 새로 나오는 브랜드의 시즌백과 클래식백은 언제나처럼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예전처럼 구하기 어렵다하여 매장 밖 오픈런을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풍경을 그려내지는 않는다. 오픈런은 이제 흔한 뉴스가 됐고 대기번호는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면 거쳐야하는 평범한 콘텐츠가 됐다. 한 때, "나만 없다"는 불안감이 구매를 자극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불안감 자체가 희미해졌다. 여전히 매출은 건재하지만, 2026년 현재 클래식 미디엄은 1,400만 원대. 이 금액은 예전만큼 설렘만으로는 결제하기 어려운 심리적 저항선을 만들었다.

이번 종착역은 주얼리?

대표 명품 주얼리 브랜드의 브레이슬릿이 800~900만 원대, 스틸 시계가 700만 원 중반. 가방 값의 절반으로 '럭셔리를 안다'는 감각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브랜드들이 가격표를 흔들며 확신을 심어줬다.

주요 주얼리 브랜드 A의 대표 모델 가격 인상 추이

모 명품 주얼리 A는 2025년 하반기에만 두 차례 인상을 단행하며 일부 품목을 20% 이상 끌어올렸다. B 명품 주얼리는 2025년 말 주요 컬렉션을 약 10% 인상했고, C 브랜드 역시 올해 4월 가격을 올렸다. 특히 입문용으로 알려진 품목들이 모두 가격이 인상되었다. 일단, 가격 인상 신호가 퍼지는 순간, 명품테크 시절 학습된 본능이 되살아난다. 다만, '사서 팔아야지'라는 접근보다는 '지금이 제일 싸' 혹은 '지금 사는게 돈 버는거야'라는 식으로 명품 주얼리를 먼 발치에서 지켜만 보던 잠재 고객들의 마음을 아주 급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최근 럭셔리 주얼리 매장에서 주얼리를 구매한 한 소비자의 말은 이를 대변한다.

"5년 전 400만 원 대였을 땐 나중에 사지 뭐, 했는데 계속 오르더라고요. 결국 몇 주 전 800만 원 후반에 샀는데 셀러가 5월에 또 오른대요. 그때 든 생각은 '와, 너무 비싸다'가 아니라 '다행이다, 막차 탔네. 역시 오늘이 제일 싸구나'였어요. 요즘 주식 안 하면 바보 되는 것처럼, 주얼리도 지금 안 사면 손해 보는 느낌이에요."

왜 가방 대신 주얼리인가?

가격 말고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가방은 TPO를 따져야 하지만 주얼리는 문신처럼 매일 착용한다는 점도 적용된다. 이만큼 돈을 썼는데, 3년 동안 매일매일 착용하면 본전 뽑지 않나 식의 자기 합리화가 요즘처럼 명확하고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형태에 들어맞는 것이다. 꾸준히 명품 주얼리를 구매한 소비자는 말한다.

"인스타 피드에 하나둘 뜨는데, 제가 관심있게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명품 주얼리 리뷰들이 많이 늘었어요. 저한테는 가방은 안 그랬지만 주얼리는 '나를 위한 반짝이는 선물' 같았는데, 사실 진짜 가짜도 많고 남들은 잘 모르잖아요? 결국 자기만족이죠. 나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보상으로 뭐라도 해주고 싶다, 이 마음인데 사실 가방보다는 일하다 책상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내 손, 키보드를 치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손가락의 반짝임. 이거에 한 번 만족감이 들기 시작하면 퇴사 욕구 몰아칠 때 마다 작고 반짝이는 걸로 누르고, 그게 주얼리만 줄 수 있는 효용 같아요."

가방과 달리 주얼리는 하루 종일 시야 안에 있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여기에 소재 자체가 자산이라는 점이 쐐기를 박는다. 가방은 쓸수록 감가되지만, 금과 플래티넘은 안전자산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금값은 53번이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있었으나, J.P. Morgan은 2026년 연말 온스당 $6,000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 한국 단위로 환산하면 한 돈당 100만 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McKinsey × Business of Fashion의 『State of Fashion 2026』(2025년 11월)은 주얼리를 패션 카테고리 내 단위 판매 기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품목으로 지목했다. 의류보다 4배 빠른 성장세, 그리고 소비자 설문에서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핸드백과 액세서리를 15%포인트 차로 따돌린 결과는, 브랜드 프리미엄에 소재 가치 상승까지 더해지는 주얼리의 이중 구조가 가방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국내 리셀 시장도 이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다. 명품·한정판 중심의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주얼리 카테고리 거래액은 381% 폭증했다. 뱀 모티프 하우스의 목걸이가 등록 53초 만에 팔려나가는 동안, Y자 로고의 프랑스 하우스 가방은 70초가 걸렸다. 리셀 시장의 속도가 곧 수요의 온도다. 주얼리가 가방보다 빠르게 팔리는 시대다.

유통기한이 없는 자산

결국 명품 가방에서 주얼리로의 이동은 단순한 트렌드 변화가 아니다. 불황과 고물가라는 현실 속에서 소비자들이 찾아낸 나름의 합리적인 생존 전략에 가깝다. 자산 시장이 정체되고 가방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브랜드의 상징성과 실물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대안을 발견한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던 외향적인 과시로 소비하는 시대도 조금씩 저물고 있다. 이제는 남들이 알아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할 때나 쉴 때나 내 시선이 머무는 손목과 손가락 위에서 느끼는 자기만족과 위안이 더 중요해졌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출용 아이템을 넘어 일상 전체를 함께하며 심리적 위안, 실용성, 그리고 자산 가치까지 모두 충족하는 '데일리 파트너'로서 주얼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지금이 가장 싸다'는 학습된 본능, '매일 착용해 본전을 뽑는다'는 실용적 계산, 여기에 '안전 자산'이라는 금의 가치까지. 지금의 럭셔리 주얼리는 소비자의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가장 확실한 선택지가 됐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에서 나를 위한 소비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지금, 주얼리의 반짝임은 단순한 사치를 넘어 유통기한 없는 나만의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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