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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쇼퍼들이 한남과 도산을 소비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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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도산으로 향하는 이웃나라 쇼퍼들의 방문부터 소비까지

한남·도산으로 향하는 이웃나라 쇼퍼들의 방문부터 소비까지

한남·도산으로 향하는 이웃나라 쇼퍼들의 방문부터 소비까지

Article Highlights

  • 외국인 방문객이 늘었다는 숫자만으로는 상권을 읽을 수 없다. 어느 나라 손님이 그 상권에서 자국에 없는 무엇을 찾는지를 봐야 한다.

  • 한남: 일본인은 국내 전용 라인이나 아직 일본에 매장이 없는 신진 브랜드처럼 일본에서 살 수 없는 제품에 돈을 쓴다. 중국인은 감도 높은 신진 브랜드를 탐색하는 동시에, 자국보다 가격적 메리트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찾는다.

  • 도산: 중국에 아직 매장이 없거나 구하기 어려운 한정 상품을 본국보다 합리적으로 살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모이면서 중국인 방문(121% 증가)과 카드 소비(128% 증가)가 크게 늘었다. 일본인은 도산에서 자국에 없는 공간 경험을 주는 베이커리 같은 F&B와 산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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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과 도산공원은 차로 십 분 거리에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가두 상권이다. 두 지역 모두 지난 1년 사이 외국인 방문객이 늘었지만, 국적별로 보면 흐름이 전혀 다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6년 1-8월 방한 일본인은 27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었다. 그러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서 최근 1년(2025년 9월-2026년 8월)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도산공원이 속한 압구정동을 찾은 일본인은 21% 늘어난 반면 한남동을 찾은 일본인은 6% 줄었다. 중국인은 두 상권 모두 늘었지만 도산(121%)이 한남(73%)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그렇다면 수치상 증가세가 더 가파른 도산이 대세를 굳혔고, 한남의 기세는 약화되었다고 봐야 할까?

위는 한남, 아래는 도산. 두 곳 모두 오픈런과 긴 웨이팅 라인으로 집객 파워를 드러내는 서울 핵심 상권이다.


단순히 외국인 유입 증가율만으로 그 상권을 진단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법이다. 외국인 소비에서 유추할 수 있는 양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의 외국인 카드 결제 데이터와 권역별 소비유형 분석에 따르면, 일본인의 결제는 여러 매장에 고루 퍼져 있지만, 결제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진 곳은 본국에 없는 독점 라인이나 아직 일본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를 갖춘 매장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도 마찬가지로 자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았거나 환율 및 세제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 매장에서 많이 썼다. 국적은 달라도 소비의 기준은 동일하다. 외국인 쇼핑객의 지갑은 자국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자국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것 앞에서 더 열린다. 다만 그 '자국에 없는 것'이 한남과 도산에서 서로 다르다.

한남 상권: 일본인의 K-브랜드 탐색 vs 중국인의 글로벌 브랜드 및 K-F&B 공략

한남은 2018년 이후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첫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하며 성장해 온 상권이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20년 한남에 첫 매장을 연 뒤 쇼룸을 공격적으로 확장했고, 논픽션과 이미스 역시 한남을 베이스캠프 삼아 브랜드 입지를 다졌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남은 자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K-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무대였다.

일본인 — 도쿄에 진출한 K-브랜드에서 일본에 없는 K-브랜드로 이동하다

한동안 일본인 관광객이 한남을 찾은 주된 목적은 마르디 메크르디, 논픽션, 이미스, 아모멘토 등이었다. 이 브랜드들은 한남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일본인 대기 행렬에서 현지 시장성을 확신했고, 2024년부터 차례로 도쿄에 깃발을 꽂았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24년 6월 다이칸야마에 진출했고, 논픽션은 2025년 3월, 이미스와 아모멘토는 2025년 10월 잇달아 도쿄 거점을 마련했다. 이들 브랜드의 제품을 일본 현지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이 브랜드들을 구매하기 위해 한남을 방문할 유인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한남동을 찾는 일본인 방문객 수가 소폭 감소한 배경에는 상권 자체의 매력 저하보다는 이러한 K-브랜드의 해외 진출 영향이 크다.


대신 한남을 찾는 일본인의 지갑은 철저히 일본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으로 옮겨갔다. 국내 전용 라인과 아직 일본에 진출하지 않은 신진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CBRE 코리아 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한남의 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입점한 건물의 일본인 건당 결제 금액은 28% 상승했다. 해당 매장은 일본 시장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독점 기획 라인을 폭넓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아직 정식 매장이 없는 국내 신진 브랜드의 한남 매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일본인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고, 일본인 매출은 무려 159% 급증했다. 작년부터 내수뿐만 아니라 외국인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또 다른 K-브랜드의 한남 매장 역시 흥미로운 지표를 보여준다. 일본 현지에서는 오직 팝업으로만 만날 수 있던 이 여성복 브랜드의 매장에서는 2026년 9월 일본인 결제 건수가 중국인의 1.5배에 달했다. 한남을 방문하는 대중적인 일본인 유동인구 자체는 다소 분산되었으나, 한남을 찾은 이들은 자국에 없는 희소한 라인업과 신진 브랜드 앞에서 지갑을 열며 이전보다 더 강력한 구매력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인 — 유리한 가격의 글로벌 브랜드 쇼핑과 바이럴 카페 투어의 병행

한남동을 찾은 중국인은 최근 1년 사이 방문이 73%, 카드 소비가 72% 늘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인 관광객은 샤오홍슈 등을 통해 한남 특유의 감도 높은 카페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탐색하는 목적지로 이곳을 찾지만, 실제 대규모 결제가 일어나는 곳은 자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뚜렷한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다.

한남 상권 내 한 글로벌 대형 브랜드 매장은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매장의 최근 1년 매출 중 약 3분의 2가 외국인에게서 발생했으며, 그중 87%를 중국인이 차지했다. 반면 일본 내 유통 인프라가 이미 탄탄해 굳이 한국에서 구매할 유인이 없는 일본인 고객은 외국인 매출 상위 10개국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현지에서 해외 브랜드 구매 시 부과되는 관세와 높은 유통 마진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외국인 부가가치세 즉시 환급(Tax Refund) 제도와 원화 약세 기조가 맞물리며 상당한 가격 우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6년 3월 스위스 러닝 브랜드 온(On)이 한국 첫 로드숍을 한남에 열었고, 프리미엄 액티브웨어 알로(Alo) 역시 도산에 이어 한남에 깃발을 꽂았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이던 한남에 글로벌 스포츠·웰니스 브랜드의 플래그십이 잇달아 가세하면서, 가격 이점과 트렌드를 동시에 누리려는 중국인 소비자의 발길도 더욱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인 쇼퍼들은 샤오홍슈 등 채널을 적극 활용해 한남의 F&B 공간도 활발히 찾고 있다. 샤오홍슈에서 한국 아인슈페너 맛집 '톱3'로 바이럴된 마일스톤 등 감각적인 카페들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쇼핑과 미식 탐색이 결합된 형태의 방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도산 상권: 일본인의 베이커리·공간 경험 vs 중국인의 글로벌 브랜드 공략

도산공원 일대는 압구정 로데오와 청담 명품거리의 럭셔리 인프라를 배경으로 에르메스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거점으로 기능해 온 상권이다. 2021년 하우스 도산과 2022년 런던베이글뮤지엄 도산점이 안착하면서 유동인구의 연령층이 급격히 젊어졌고, 국내 유력 브랜드들이 검증된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형 플래그십을 전개하는 핵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한남과의 뚜렷한 차이는 브랜드의 집적 방식과 스케일에 있다. 한남이 골목 안 쇼룸과 신진 브랜드 위주로 성장해 온 상권이라면, 도산은 압구정·청담의 럭셔리 인프라를 바탕으로 슈프림, 스투시, 알로 등 대형 자본과 높은 객단가를 흡수하는 글로벌 메가 플래그십들이 대로변과 요충지를 중심으로 굵직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인 — 베이커리와 산책

압구정동을 찾은 일본인은 21% 늘어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19.3%를 차지했지만, 외국인 카드 소비액에서 일본인 비중은 10.4%에 그쳤다. 방문 규모에 비해 지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도산에 입점한 글로벌 브랜드 상당수가 이미 도쿄에도 매장을 두고 있어, 일본인 쇼퍼에게는 한국에서 굳이 구매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대신 일본인의 수요는 F&B로 강하게 향한다. CBRE 코리아 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도산의 한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매장은 최근 1년 매출의 약 40%가 외국인에게서 발생했으며, 그중 49.5%가 일본인이었다.


일본은 제과·제빵 강국으로 현지의 베이커리 수준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이러한 한국식 베이커리가 일본인 관광객을 사로잡는 비결은 빵 맛 그 자체보다 현지에 없는 독보적인 포맷과 경험에 있다. 일본의 베이커리나 카페는 대개 작고 정갈하며 미니멀한 공간이 주를 이룬다. 반면 해당 브랜드는 이국적인 빈티지 콘셉트를 인테리어 소품, 패키지, 직원 유니폼, 음악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구현해 매장 전체를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탈바꿈시켰다.

일본 2030 세대에게 이곳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 들어가서 사진을 남기고 공간을 소비하는 관광 명소에 가깝다. 결국 일본인들이 도산에서 찾는 '자국에 없는 것'은 물질적인 물건이 아닌 '공간적 경험'이며, 베이커리에 들르고 골목을 걷는 행위 자체가 도산에서만 완성되는 특별한 동선이 되고 있다.

 

중국인 — 중국에 없거나 구하기 어려운 글로벌 브랜드를 산다

중국인 소비자는 남다른 스케일과 과감한 구매력으로 상권의 지형도를 이끈다. K-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이러한 성향은 도산 상권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알로(Alo). 2025년 7월 도산에 아시아 첫 플래그십을 연 알로는 2026년 가을 홍콩과 상하이에 매장을 내기 전까지 중국에서는 살 수 없는 브랜드였다. 슈프림과 스투시는 중국에도 매장이 있지만, 매주 소량씩 내놓는 한정 상품이나 도시별 한정 상품은 어디서든 구하기 어렵다. 가격도 한국 쪽이 유리하다. 2024년 문을 연 슈프림 상하이 매장은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으로, 일본보다 3분의 1가량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앞서 본 부가가치세 환급과 원화 약세가 더해진다. CBRE 코리아 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도산의 한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 매장은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이 46.5%였고, 중국인의 건당 결제 금액은 같은 매장 일본인의 2배를 넘었다.


이처럼 막강한 구매력을 지닌 중국인들의 방한 행렬 뒤에는 거시적인 여행지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2025년 말 이후 중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정부관광국(JNTO) 집계 기준 2026년 1-8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전년 대비 56.7% 줄었다. 일본으로 향하던 대규모 쇼핑 수요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발길이 서울의 핵심 쇼핑 상권으로 직결된 셈이다.

상권과 브랜드가 읽어야 할 데이터의 본질

2026년 1-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50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늘었다. 그러나 방한 외국인이 증가했다는 거시 지표 하나만으로 모든 상권에서 동일한 소비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여행자는 자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대상에 돈을 쓴다. 우리가 해외 여행지에서 그 나라에만 있는 브랜드를 찾고 한국보다 가격 조건이 좋은 물건을 사 오듯,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역시 자국에 없는 브랜드와 경험, 혹은 자국보다 합리적인 가격 앞에서 지갑을 연다.

한남에서 일본인은 일본에 없는 한국 전용 라인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비하고, 중국인은 자국 대비 가격 메리트가 높은 글로벌 브랜드를 쇼핑하며 샤오홍슈에서 바이럴된 카페를 찾는다. 반면 도산에서 일본인은 자국에 없는 차별화된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베이커리에 들르며 거리 산책을 즐기고, 중국인은 본국에 없거나 한국에서 사는 편이 유리한 글로벌 메가 브랜드에 고액을 결제한다. 이처럼 일본 쇼퍼가 상권별로 취향과 동선을 달리하며 입체적인 소비를 보여준다면, 중국 쇼퍼는 한남이든 도산이든 가격 경쟁력이 높은 글로벌 브랜드를 과감하게 공략하는 무대로 삼는다. 동일한 '외국인 증가' 지표 뒤편에서 상권을 찾는 사람과 사 가는 대상은 완전히 다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차이가 리테일 현장에서는 어느 매장에 소비가 집중되고 어느 매장을 무심히 지나치는지를 가른다. 두 상권에서 매장을 열거나 상업용 자산을 기획하는 임대인과 브랜드라면 '외국인 유동인구 증가'라는 1차원적 숫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내 매장과 자산이 위치한 상권이 어느 국적 소비자의 어떤 결핍(브랜드 희소성, 가격 우위, 공간 경험)과 맞물려 있는지를 데이터로 먼저 읽어내야 한다.

결국 외국인 데이터를 다룰 때 핵심은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오는가'가 아니라, '어느 국적 고객이 왜 이 매장에서 지갑을 여는가'를 입체적으로 규명하는 일이다. 국적별 본국 시장의 환율과 경기, 브랜드의 해외 진출 로드맵에 따라 상권 내 소비 역학은 끊임없이 재편된다. 상권의 과거 궤적과 매장 단위의 결제 데이터를 다각도로 교차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이터 이면의 소비 동기를 읽어낼 때 비로소 브랜드는 목표 고객이 실제로 반응하는 최적의 입지와 출점 시점을 포착할 수 있고, 임대인은 상권의 질적 변화에 부합하는 정교한 테넌트 구성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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