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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과 다다미 존 같은 비매출 공간을 핵심 앵커로 배치해 방문객 체류 시간 극대화.
20개 층 오피스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대규모 녹지와 문화 공간 유지비를 감당하는 단면 구조 구축.
서울 대형 복합개발은 높은 금리를 고려해 고비용 조경 대신 유지비가 적고 효율이 높은 휴식 공간 계산법 적용 필요.
뉴우먼 다카나와 28층 공중정원 '루프트바움'에는 지붕이 없다. 지상 150미터, 비가 오면 도쿄의 빗물이 정원 안으로 그대로 떨어진다. 몇 층 아래 저층 식당가에는 또 다른 비가 있다. 아트리움 한가운데 놓인 지름 5미터짜리 바위 위로 매시 정각 15분씩 인공 비가 내린다. 이 복합시설에는 비가 두 번 내린다. 자연을 막는 대신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설계다.

지붕이 없는 28층 공중정원 루프트바움. 우산을 쓴 방문객 위로 도쿄의 비가 그대로 내린다.
여기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로 JR동일본이 시나가와역 북쪽 옛 차량기지 부지에 지은 복합개발이다. 1872년 일본 최초의 철도가 바다를 메워 달렸던 바로 그 자리다. 연면적 약 84.5만㎡(약 25만 평), 총사업비 약 6,000억 엔. JR동일본 역사상 가장 큰 재개발이다. 2025년 3월 역과 첫 건물이 문을 열었고, 2026년 3월 뮤지엄과 저층 다이닝까지 합류하며 그랜드오픈했다.
남북 약 1.3킬로미터, 부지 9.5헥타르에 늘어선 5개 동이 보행 데크로 이어지고, 상업시설인 뉴우먼 다카나와는 저층 1~5층과 최고층 28~29층에 나뉘어 들어간다. 그 사이는 전부 오피스다. 루미네가 만든 역대 최대 규모의 상업시설인데, 걷다 보면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온다. 뭔가를 팔려는 공간보다 그냥 머물게 하는 공간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머무는 공간이 이 개발의 진짜 승부처다. 파는 층보다 팔지 않는 층에 더 공을 들였고, 그 계산이 성립하도록 건물 전체가 설계돼 있다.

남북 1.1km로 늘어선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역 직결 트윈타워부터 나선형 뮤지엄, 주거동까지 5개 동이 보행 데크로 이어진다. (자료: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공식 홈페이지)
팔지 않는 공간이 더 오래 일한다
역에서 곧장 이어지는 동선부터 그렇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역사는 천장부터 공공 좌석까지 목재로 짜여 있어서,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 시설이 뭘 하려는지 감이 온다. 역에 붙은 트윈타워의 저층 1~5층이 뉴우먼 다카나와다. 백화점 안은 오히려 정석이다. 1층은 식품과 생활용품, 2층은 샤넬·프라다 뷰티에 드리스 반 노텐 뷰티까지 코스메 브랜드 열다섯 개를 모은 뷰티 존, 그 위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잘 만든 일본 백화점이다.

비 오는 평일의 광장. 초록을 두른 발코니가 곡선으로 흘러내려, 유리 타워보다는 계단식 언덕에 가깝다.

THE LINKPILLAR 1 입구. 역 개찰구에서 도보 몇 걸음이면 이 문 앞이다.
낌새가 달라지는 건 5층부터다. 한 층을 통째로 '코모레비라'라는 실내 공원에 내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8층까지 올라가면, 이 시설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나온다. 루프트바움은 내리자마자 로비 대신 식물 벽이 맞는다. 공용부가 넓지는 않은데 그 폭을 실제 식재로 빽빽하게 채워, 통로는 맹그로브 숲 사이 오솔길에 가깝다. 수풀 끝에는 흙벽으로 둘러싸인 원형 구조물이 있고, 그 안에 서면 아래층 식당가가 내려다보인다. 공식 콘셉트는 '도심의 별장'.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여는데, 아래 상업층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매출을 내는 층보다 매출 없는 층이 더 오래 일하는 셈이다.

루프트바움 엘리베이터 홀. 내리자마자 로비 대신 식물 벽과 유리 패널이 맞는다.

통로 폭을 실제 식재로 빽빽하게 채웠다. 걷다 보면 정글 속 오솔길을 헤치는 기분이 든다.

흙벽과 천창으로 마감한 원형 구조. 이 안에 서면 아래층 식당가가 내려다보인다.

수풀에 파묻힌 돌 테이블. 정원 곳곳에 이런 다이닝 포켓이 숨어 있다.
다다미 백 장의 뮤지엄
정원에서 내려와 보행 데크를 따라가면 아예 다른 건물이 나온다. 구마 겐고가 감수한 뮤지엄 'MoN Takanawa'다. 백화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한 몸처럼 느껴지지만 엄연히 별개의 동이다. 목재와 일본 자생종 200여 종으로 감싼 나선형 건물인데, 계단 대신 완만한 경사로가 옥상까지 이어져 위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통로 아래로는 선로가 지난다. 일본 최초의 철도가 달린 자리라는 걸 건물이 계속 일깨운다.
이 뮤지엄의 백미는 전시실 바깥에 있다. 4층에는 다다미 백 장이 깔려 있다. 신발을 벗고 그냥 앉으면 된다. 앉은 사람, 누운 사람, 아이와 뒹구는 사람까지 저마다 제집처럼 쓴다. 6층 테라스에서는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다. 비를 뚫고 걸어온 사람에게 맨발과 따뜻한 물을 내주는 뮤지엄이다. 다시 저층으로 내려오면 뉴우먼의 다이닝 존 '미무레'다. 아트리움 바위 위로 매시 정각 비가 내리고, 옆 선큰 라운지에는 조명 수백 개가 구름처럼 떠 있다. 백화점 초입이라기엔 5성급 호텔 로비에 가깝지만, 사람들은 로비에 앉듯 편하게 자리를 잡는다.

목재와 자생종 식물로 감싼 MoN의 나선형 외관. 백화점 옆에 선 별개의 건물이다.

MoN 경사로에서 내려다본 전경. 정원 사이로 난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통로 아래로 선로가 지난다. 일본 최초의 철도가 달린 자리라는 걸 건물이 계속 일깨운다.

MoN 4층의 다다미 존. 신발을 벗고 앉거나 눕는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팔지 않는다.

미무레 아트리움의 바위. 마나즈루 반도에서 캐온 지름 5미터 돌 위로 매시 정각 비가 내린다.

미무레의 선큰 라운지. 조명 수백 개가 구름처럼 떠 있고, 사람들은 호텔 로비처럼 머문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공간들
이 시설에서 기억에 남는 공간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전부 매출이 안 나오는 공간이다. 다다미에서는 아무것도 팔지 않는다. 족욕은 무료다. 공중정원도 입장료가 없다. 연면적으로 치면 적지 않은 면적을, 일본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땅 위에서, 돈을 벌지 않는 용도에 내줬다.
MD 구성도 같은 방향이다. 5층 실내 공원 코모레비라의 앵커는 서점 분키츠의 역대 최대 매장이다. 약 3,300㎡에 책 10만 권을 깔고 유료 라운지를 붙였다. 책을 파는 게 아니라 책과 머무는 시간을 파는 업태인데, 그게 한 층의 핵심 테넌트다. 백화점 앵커가 명품에서 서점으로 바뀌는 흐름은 일본에서 15년쯤 이어져왔지만, 다카나와는 그 방식을 시설 전체로 넓혔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더현대서울이 2021년에 영업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조경과 휴게에 내주며 같은 방향을 보여줬다. 다만 그건 백화점 한 동의 실험이었고, 여기는 도시 블록 하나가 통째로 그렇게 설계됐다. 사람들은 뭔가를 사러 오지 않고 머무르러 온다. 그리고 머무는 사람이 결국 소비한다. 공간의 가치를 재는 잣대가 평당 매출에서 체류 시간의 질로 옮겨가는 중이다.

뉴우먼 다카나와의 단면 구조. 상업(금색·회색·남색)은 저층 1~5층과 최고층 28~29층뿐, 그 사이는 전부 오피스다. (자료: 뉴우먼 다카나와 공식 플로어가이드)
정글을 받치는 계산
이런 설계에는 곧바로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이 정글을 어떻게 관리하나. 실내외에 심은 실제 식물 수백 그루는 짓는 돈보다 유지하는 돈이 무섭다. 그런데 이런 규모의 개발에서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절감 포인트는 여럿 있겠지만 특히 다다미 라운지는 유지비가 거의 안 들면서 체류의 질을 끌어올린다. 돈을 쏟을 곳과 아낄 곳을 정교하게 갈라놓은 설계다.
그 계산이 성립하는 배경은 건물 단면에 있다. 상업은 저층과 최고층뿐이고, 그 사이 20여 개 층은 전부 오피스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위아래의 실험을 받치고, 회수 기간을 초장기로 잡는 인내하는 자본이 그 전체를 감당한다. 팔지 않는 공간의 원가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오피스 현금흐름이 메우는 구조다. 같은 날 그랜드오픈한 JR동일본의 오이마치 트랙스는 예산을 훨씬 아낀 생활밀착형 시설인데도 스타벅스만큼은 공원 속 별장처럼 만들어놨다. 머무는 공간은 이제 플래그십의 사치가 아니라, 가격대를 가리지 않는 표준이 됐다.

같은 날 문을 연 오이마치 트랙스. 생활밀착형 시설인데도 잔디 광장과 스타벅스에는 힘을 줬다.
서울의 게이트웨이 시티는?
서울은 조건이 다르다. 금리가 다르고, 투자 회수 기간을 보는 눈이 다르다. 일본은행 정책금리는 1.0%인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75%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1.75%포인트 벌어져 있다(2026년 6~7월 기준). 도쿄 프라임 오피스의 기대수익률(NOI)이 3%대 초반에 머문다는 CBRE 조사(2026년 3월)는, 그만큼 낮은 수익률과 긴 회수 기간을 견디는 자본이 도쿄에 있다는 뜻이다. 20여 개 층 오피스로 저층·최고층의 비수익 공간을 떠받치는 다카나와의 계산은, 조달비용이 높고 회수 기간을 짧게 보는 서울에서는 그대로 서지 않는다.
베낄 것이 있다면 정글이 아니라 계산법이다. 그 계산에서 오래 남는 건 다다미다. 그 공간이 기억되는 건 돈을 쏟아부어서가 아니라 신발을 벗고 앉게 했기 때문이다. 좋은 체류 공간의 답이 반드시 예산은 아니라는 것. 2025년 11월 첫 삽을 뜬 용산국제업무지구, 그리고 잠실·상암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형 복합개발이 풀어야 할 질문은, 얼마짜리 정원을 짓느냐가 아니라 우리 금리로 견딜 수 있는 다다미가 무엇이냐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이 서울의 다음 개발에서 지켜보는 지점도 여기다.
도쿄에 비가 내려도 150미터 위 정원의 사람들은 우산을 쓴 채 자리를 뜨지 않는다. 비를 피하게 하는 대신 맞게 하는 공간이 사람을 머물게 한다. 서울의 다음 개발에는 어떤 비가 내릴까. 지켜볼 일이다.

보행 데크에서 내려다본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도시 하나가 통째로 머무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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