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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카드 소비 2년 만에 2.3배

외국인 카드 소비 2년 만에 2.3배

외국인 카드 소비 2년 만에 2.3배

Article Highlights

  • 2025년 부산 외국인 관광객 364만 명(역대 최다), 소비 1조 원 돌파

  • 외국인 카드 소비 2년 만에 2.3배 — 부산 소비 성장의 절반 이상을 견인

  • 브랜드 선점 경쟁 · 임대료·공실 이중구조 속 ‘외국인 수요를 담는 입지’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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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부산을 찾는 외국인에게 쇼핑은 서울에서 끝내고 오는 일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해운대 골목엔 3개 국어 안내판이 붙고, 서면 무신사 스탠다드 앞엔 타이완·싱가포르 여행객이 줄을 선다. 2025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364만 명으로 역대 최다, 이들이 쓴 돈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상권의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다.

360만 시대로 — 회복과 성장이 동시에


부산은 지금 외래 관광객 역사를 다시 쓰는 중이다. 2025년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 명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24년(293만 명) 대비 24.4% 증가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전국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15.7%)을 크게 웃돈다.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전반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도 부산은 그 이상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숫자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회복 속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삼킨 공백은 불과 2~3년 만에 메워졌다. 2023년 182만 명에서 2024년 293만 명으로 1년 만에 61% 가까이 급증했고, 2025년에는 그 기세를 이어 사상 처음으로 350만 명 선을 돌파했다. 관광업계에서는 흔히 ‘회복세’와 ‘성장세’를 구분하지만, 부산에 관한 한 이 두 단계가 사실상 동시에 일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적도 다변화됐다. 2024년 대만(50만)·일본(45만)·중국(42만) 상위 3국이 46%를 차지했고, 미국·필리핀·홍콩·베트남이 뒤를 이었다. 특정 국가 의존이 옅어졌다는 건,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수요 확대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왜 지금 부산인가 — 수요 변화의 세 가지 동인


① K-콘텐츠가 만든 ‘가보고 싶은 도시’

첫째는 K-콘텐츠 효과다. 드라마·영화·K팝이 한국 일상의 미학(골목 카페, 편집숍, MZ 패션)을 세계로 실어 날랐고, 부산은 바다와 도심이 공존하는 풍경·광안리 야경·BIFF의 문화 이미지로 ‘서울과 다른 한국’을 자극한다. 뉴욕타임스 ‘아름다운 해변 도시 5곳’, 트립어드바이저 베스트 해변에도 이름을 올렸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이 성수에서 외국인 50명에게 물은 현장 설문에서도, 이들이 목적지를 알게 된 경로는 틱톡·샤오홍수 같은 숏폼이 압도적이었다. 검색이 아니라 피드가 목적지를 정하는 시대다. 같은 알고리즘이 부산을 다음 화면에 올린다.


② ‘서울 대비 대안지’에서 ‘독립 목적지’로

과거 부산은 ‘서울 여행 중 반나절 코스’였다. 지금은 부산이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된다. 소비도 해운대·광안리에서 서면·남포·부전동 로컬 상권으로 번지고 있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이 직접 들여다본 카드 소비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매년 6월 부산의 외국인(해외 거주자) 카드 소비는 2024년 약 740억 원에서 2025년 957억, 2026년 1,729억으로 뛰었다. 2025년과 2026년 사이에만 1.8배, 2년 만에 2.3배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카드 소비가 9% 남짓 는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 비중은 4.1%에서 8.8%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최근 2년 부산 소비 성장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만든 것이다.


③ K-뷰티·K-패션의 소비 욕구

세 번째 동인은 ‘체험형 소비’에 대한 욕구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사례에서 보듯, 구매 카테고리 중 패션이 약 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뷰티·액세서리·IT·식품이 그 뒤를 잇는다. 명품 핸드백 대신 K-패션 브랜드와 K-뷰티 시술을 택하는 흐름이다.

성수 설문에서도 같은 방향이 읽힌다. 외국인의 지출은 의류와 주얼리·액세서리에 몰렸다. 명품이 아니라 K-패션과 소품이다. 부산 백화점에서 관찰되는 ‘명품에서 로컬로’의 이동과 정확히 겹친다.

광복로에 새로 오픈 예정인 옵티마 약국과 관광객 타겟의 남포 ON 약국. 서울 리테일에 급속도로 번진 약국은 부산에서도 무섭게 확장 중이다.


2025년 들어 부산 내 외국인 관광 소비 상위 카테고리는 기차·공항픽업 등 교통 상품에서 ‘뷰티·의료’로 전환됐으며, 피부과 이용이 1분기부터 급증하는 패턴이 포착됐다. 이제 부산 관광의 키워드는 경치만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경험’이다.

카드 데이터는 더 뚜렷하다. 2024년 6월 대비 2026년 6월, 외국인 카드 소비는 소매가 약 2.7배, 음식이 2.5배로 늘었고, 특히 약국을 포함한 의료는 19억 원에서 182억 원으로 9배 넘게 폭증했다. 반면 숙박은 1.5배에 그쳤다. ‘자고 가는’ 데서 ‘사고, 시술받고, 경험하는’ 데로 지갑이 옮겨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부산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성수 설문(성수 리테일 인사이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설문은 부산을 묻지 않았다. 성수 만족도와 다음 ‘서울’ 행선지를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응답자 중 8명이 다음 행선지에 스스로 ‘부산’을 언급했다. 숫자는 작지만 신호는 분명하다. 부산을 선택지로 주지도 않은 서울 설문에서 부산이 자발적으로 등장한다는 건, 서울에서 부산으로의 스필오버가 이미 여행자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성수에서 만난 그 취향, 숏폼으로 발견하고, K-패션에 지갑을 열고, 96%가 다시 오겠다는 성수의 손님들이 곧 부산 상권이 맞이할 수요의 얼굴이다. 그렇다면 이 수요는 부산의 상권과 부동산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수요가 바뀌면 상권이 바뀐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과도 같다. 부산의 주요 상권은 지금 내국인 중심 구조에서 ‘외국인 친화형 복합 소비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상권이 재편되고 있다


부산의 리테일 권역은 크게 해운대, 서면, 광복동, 강서구, 기장으로 나뉘어 있다.


해운대 — 관광지에서 쇼핑 목적지로

해운대는 오래된 관광 대명사지만, 체류가 길어지고 쇼핑 목적 방문이 늘며 상권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블루엘리펀트가 옛 ‘퍼지네이블 해운대’ 자리를 이어받은 건, 해운대가 어떤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이동이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의 현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구남로엔 관광객을 겨냥한 약국 업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뒤에 볼 광복로가 패션·의류의 중심지라면, 구남로는 약국 등 잡화와 블루엘리펀트 같은 매장이 상권의 색을 만든다. 진입 문턱은 낮지 않다. 메인 대로변은 권리금을 억대로 부르고, 여름이 성수기라 이듬해 장사를 준비하려면 전년도 가을엔 자리를 물색해야 한다.


남포·광복 — 원도심 광복로의 귀환

CBRE 코리아 리테일 현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광복로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평일 오후 1~2시에도 거리가 붐비고, 체감상 방문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이다. 신규 매장이 빠르게 들어섰고, 글로벌·로컬 브랜드의 입점 문의도 늘고 있다. 패션·의류 중심의 광복로와 잡화 중심의 구남로, 같은 관광 상권이라도 수요가 불러들이는 업종이 다르다.


서면 — 외국인이 찾는 로컬 패션 1번지

부산 최대 도심 상권 서면은 내국인 MZ의 패션·F&B 중심지였는데, 이제 ‘부산만의 감성’을 찾는 외국인이 유입된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3년 서면 첫 매장 이후 롯데몰 동부산·센텀시티로 늘려 3개점을 운영하며, 외국인에게 ‘K-패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 센텀시티 — 백화점 소비의 전환

센텀시티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 외국인 매출이 2023년 668%(코로나 기저) 이후 2024년 105%, 2025년 135%로 3년 연속 고성장했다. 내용도 바뀌었다. 해외 명품 비중은 2023년 49%에서 2025년 38%로 낮아지고, K-패션 중심의 영패션은 15%까지 올라왔다. 명품 쇼핑에서 K-브랜드·체험 소비로의 구조적 재편이다.


브랜드가 먼저 움직인다


상권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것은 브랜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오고, 소비자가 있는 곳에 매장이 생긴다. 부산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부산 진출이 더 이상 ‘지방 확장’이라는 소극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인 고객이라는 신규 수요층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해석해야 한다.

브랜드들은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친화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신사에서 서울 한남점이 외국인 전용 캐리어 보관 서비스와 무인 환전기를 도입한 것처럼, 부산 매장들도 다국어 응대, 결제 편의성 확대, 외국인 전용 프로모션 등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경험 자체가 외국인 맞춤형으로 재설계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구조 — 기회와 과제


흥미롭게도 이 호황이 부산 상업용 부동산 전체에 고르게 반영되진 않는다. 오히려 이중구조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부산 상가통합 임대가격지수는 -0.01%로 사실상 제자리였고(서울 +0.48%), 오피스 공실률은 14.7%로 서울(5.2%)의 2.8배였다. 1층 ㎡당 임대료는 부산 2만 6,300원으로 서울(5만 2,500원)의 절반,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0.80%로 서울(2.35%)의 3분의 1에 그쳤다.

남포동에 위치한 바프(HBAF) & 광복로에 위치한 오니츠카(Onitsuka Tiger) 광복점 플래그십


그런데 한국부동산원은 결정적 단서를 남겼다. “관광객이 유입되는 주요 상권은 상승세를 유지하는 반면, 기존·지방 상권은 침체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산 안에서도 온도차가 갈린다. 외국인이 몰리는 상권은 버티고, 아닌 곳은 가라앉는다. 그러니 이 숫자를 부정적으로만 읽어선 안 된다. 외국인 수요를 담을 수 있는 입지의 희소성이 부각되는 시점이다. 이제 ‘임대수익률’이 아니라 ‘어떤 수요를 담을 공간인가’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인 이유


부산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관광 지출 1조 5,000억 원을 목표로, 퐁피두 부산·황령산 거점화·벡스코 제3전시장·수영만 재개발을 추진한다. 이 흐름이 현실화되면 상권 재편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진다.

2026년에 광복로에 오픈한 ept와 Blue Elephant 매장 사진
남포동에 위치한 빈티지 가게와 2023년에 서울 외 지역에 최초로 들어선 르라보(Le Labo) 전포점 플래그십 부티크 매장


364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을 찾았다는 것은, 364만 번의 선택이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으로’를, ‘지나치는 코스가 아니라 목적지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총합이 1조 원의 소비로 이어졌다.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일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멈추지 않았고, 부산을 향한 글로벌 미디어의 주목은 계속되고 있다. 소비 욕구의 방향이 로컬 경험으로 이동한 것도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닌 세대 교체와 맞물린 구조적 변화다. 관광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서울의 명동·홍대·성수가 외국인 인프라로 포화에 가까워진 반면, 부산의 서면·광안리·남포동은 아직 전환 중이다. 외국인 수요, 앞다퉈 들어오는 브랜드, 여전히 합리적인 부동산 가격, 이 세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길지 않다. 지금 이 흐름을 선점하는 브랜드와 자산이 3~5년 후 부산 상권의 지형을 그릴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부산을 찾는 외국인에게 쇼핑은 서울에서 끝내고 오는 일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해운대 골목엔 3개 국어 안내판이 붙고, 서면 무신사 스탠다드 앞엔 타이완·싱가포르 여행객이 줄을 선다. 2025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364만 명으로 역대 최다, 이들이 쓴 돈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상권의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다.

360만 시대로 — 회복과 성장이 동시에


부산은 지금 외래 관광객 역사를 다시 쓰는 중이다. 2025년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 명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24년(293만 명) 대비 24.4% 증가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전국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15.7%)을 크게 웃돈다.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전반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도 부산은 그 이상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숫자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회복 속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삼킨 공백은 불과 2~3년 만에 메워졌다. 2023년 182만 명에서 2024년 293만 명으로 1년 만에 61% 가까이 급증했고, 2025년에는 그 기세를 이어 사상 처음으로 350만 명 선을 돌파했다. 관광업계에서는 흔히 ‘회복세’와 ‘성장세’를 구분하지만, 부산에 관한 한 이 두 단계가 사실상 동시에 일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적도 다변화됐다. 2024년 대만(50만)·일본(45만)·중국(42만) 상위 3국이 46%를 차지했고, 미국·필리핀·홍콩·베트남이 뒤를 이었다. 특정 국가 의존이 옅어졌다는 건,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수요 확대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왜 지금 부산인가 — 수요 변화의 세 가지 동인


① K-콘텐츠가 만든 ‘가보고 싶은 도시’

첫째는 K-콘텐츠 효과다. 드라마·영화·K팝이 한국 일상의 미학(골목 카페, 편집숍, MZ 패션)을 세계로 실어 날랐고, 부산은 바다와 도심이 공존하는 풍경·광안리 야경·BIFF의 문화 이미지로 ‘서울과 다른 한국’을 자극한다. 뉴욕타임스 ‘아름다운 해변 도시 5곳’, 트립어드바이저 베스트 해변에도 이름을 올렸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이 성수에서 외국인 50명에게 물은 현장 설문에서도, 이들이 목적지를 알게 된 경로는 틱톡·샤오홍수 같은 숏폼이 압도적이었다. 검색이 아니라 피드가 목적지를 정하는 시대다. 같은 알고리즘이 부산을 다음 화면에 올린다.


② ‘서울 대비 대안지’에서 ‘독립 목적지’로

과거 부산은 ‘서울 여행 중 반나절 코스’였다. 지금은 부산이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된다. 소비도 해운대·광안리에서 서면·남포·부전동 로컬 상권으로 번지고 있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이 직접 들여다본 카드 소비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매년 6월 부산의 외국인(해외 거주자) 카드 소비는 2024년 약 740억 원에서 2025년 957억, 2026년 1,729억으로 뛰었다. 2025년과 2026년 사이에만 1.8배, 2년 만에 2.3배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카드 소비가 9% 남짓 는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 비중은 4.1%에서 8.8%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최근 2년 부산 소비 성장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만든 것이다.


③ K-뷰티·K-패션의 소비 욕구

세 번째 동인은 ‘체험형 소비’에 대한 욕구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사례에서 보듯, 구매 카테고리 중 패션이 약 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뷰티·액세서리·IT·식품이 그 뒤를 잇는다. 명품 핸드백 대신 K-패션 브랜드와 K-뷰티 시술을 택하는 흐름이다.

성수 설문에서도 같은 방향이 읽힌다. 외국인의 지출은 의류와 주얼리·액세서리에 몰렸다. 명품이 아니라 K-패션과 소품이다. 부산 백화점에서 관찰되는 ‘명품에서 로컬로’의 이동과 정확히 겹친다.

광복로에 새로 오픈 예정인 옵티마 약국과 관광객 타겟의 남포 ON 약국. 서울 리테일에 급속도로 번진 약국은 부산에서도 무섭게 확장 중이다.


2025년 들어 부산 내 외국인 관광 소비 상위 카테고리는 기차·공항픽업 등 교통 상품에서 ‘뷰티·의료’로 전환됐으며, 피부과 이용이 1분기부터 급증하는 패턴이 포착됐다. 이제 부산 관광의 키워드는 경치만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경험’이다.

카드 데이터는 더 뚜렷하다. 2024년 6월 대비 2026년 6월, 외국인 카드 소비는 소매가 약 2.7배, 음식이 2.5배로 늘었고, 특히 약국을 포함한 의료는 19억 원에서 182억 원으로 9배 넘게 폭증했다. 반면 숙박은 1.5배에 그쳤다. ‘자고 가는’ 데서 ‘사고, 시술받고, 경험하는’ 데로 지갑이 옮겨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부산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성수 설문(성수 리테일 인사이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설문은 부산을 묻지 않았다. 성수 만족도와 다음 ‘서울’ 행선지를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응답자 중 8명이 다음 행선지에 스스로 ‘부산’을 언급했다. 숫자는 작지만 신호는 분명하다. 부산을 선택지로 주지도 않은 서울 설문에서 부산이 자발적으로 등장한다는 건, 서울에서 부산으로의 스필오버가 이미 여행자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성수에서 만난 그 취향, 숏폼으로 발견하고, K-패션에 지갑을 열고, 96%가 다시 오겠다는 성수의 손님들이 곧 부산 상권이 맞이할 수요의 얼굴이다. 그렇다면 이 수요는 부산의 상권과 부동산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수요가 바뀌면 상권이 바뀐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과도 같다. 부산의 주요 상권은 지금 내국인 중심 구조에서 ‘외국인 친화형 복합 소비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상권이 재편되고 있다


부산의 리테일 권역은 크게 해운대, 서면, 광복동, 강서구, 기장으로 나뉘어 있다.


해운대 — 관광지에서 쇼핑 목적지로

해운대는 오래된 관광 대명사지만, 체류가 길어지고 쇼핑 목적 방문이 늘며 상권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블루엘리펀트가 옛 ‘퍼지네이블 해운대’ 자리를 이어받은 건, 해운대가 어떤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이동이다.

CBRE 코리아 리테일의 현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구남로엔 관광객을 겨냥한 약국 업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뒤에 볼 광복로가 패션·의류의 중심지라면, 구남로는 약국 등 잡화와 블루엘리펀트 같은 매장이 상권의 색을 만든다. 진입 문턱은 낮지 않다. 메인 대로변은 권리금을 억대로 부르고, 여름이 성수기라 이듬해 장사를 준비하려면 전년도 가을엔 자리를 물색해야 한다.


남포·광복 — 원도심 광복로의 귀환

CBRE 코리아 리테일 현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광복로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평일 오후 1~2시에도 거리가 붐비고, 체감상 방문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이다. 신규 매장이 빠르게 들어섰고, 글로벌·로컬 브랜드의 입점 문의도 늘고 있다. 패션·의류 중심의 광복로와 잡화 중심의 구남로, 같은 관광 상권이라도 수요가 불러들이는 업종이 다르다.


서면 — 외국인이 찾는 로컬 패션 1번지

부산 최대 도심 상권 서면은 내국인 MZ의 패션·F&B 중심지였는데, 이제 ‘부산만의 감성’을 찾는 외국인이 유입된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3년 서면 첫 매장 이후 롯데몰 동부산·센텀시티로 늘려 3개점을 운영하며, 외국인에게 ‘K-패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 센텀시티 — 백화점 소비의 전환

센텀시티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 외국인 매출이 2023년 668%(코로나 기저) 이후 2024년 105%, 2025년 135%로 3년 연속 고성장했다. 내용도 바뀌었다. 해외 명품 비중은 2023년 49%에서 2025년 38%로 낮아지고, K-패션 중심의 영패션은 15%까지 올라왔다. 명품 쇼핑에서 K-브랜드·체험 소비로의 구조적 재편이다.


브랜드가 먼저 움직인다


상권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것은 브랜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오고, 소비자가 있는 곳에 매장이 생긴다. 부산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부산 진출이 더 이상 ‘지방 확장’이라는 소극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인 고객이라는 신규 수요층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해석해야 한다.

브랜드들은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친화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신사에서 서울 한남점이 외국인 전용 캐리어 보관 서비스와 무인 환전기를 도입한 것처럼, 부산 매장들도 다국어 응대, 결제 편의성 확대, 외국인 전용 프로모션 등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경험 자체가 외국인 맞춤형으로 재설계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구조 — 기회와 과제


흥미롭게도 이 호황이 부산 상업용 부동산 전체에 고르게 반영되진 않는다. 오히려 이중구조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부산 상가통합 임대가격지수는 -0.01%로 사실상 제자리였고(서울 +0.48%), 오피스 공실률은 14.7%로 서울(5.2%)의 2.8배였다. 1층 ㎡당 임대료는 부산 2만 6,300원으로 서울(5만 2,500원)의 절반,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0.80%로 서울(2.35%)의 3분의 1에 그쳤다.

남포동에 위치한 바프(HBAF) & 광복로에 위치한 오니츠카(Onitsuka Tiger) 광복점 플래그십


그런데 한국부동산원은 결정적 단서를 남겼다. “관광객이 유입되는 주요 상권은 상승세를 유지하는 반면, 기존·지방 상권은 침체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산 안에서도 온도차가 갈린다. 외국인이 몰리는 상권은 버티고, 아닌 곳은 가라앉는다. 그러니 이 숫자를 부정적으로만 읽어선 안 된다. 외국인 수요를 담을 수 있는 입지의 희소성이 부각되는 시점이다. 이제 ‘임대수익률’이 아니라 ‘어떤 수요를 담을 공간인가’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인 이유


부산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관광 지출 1조 5,000억 원을 목표로, 퐁피두 부산·황령산 거점화·벡스코 제3전시장·수영만 재개발을 추진한다. 이 흐름이 현실화되면 상권 재편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진다.

2026년에 광복로에 오픈한 ept와 Blue Elephant 매장 사진
남포동에 위치한 빈티지 가게와 2023년에 서울 외 지역에 최초로 들어선 르라보(Le Labo) 전포점 플래그십 부티크 매장


364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을 찾았다는 것은, 364만 번의 선택이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으로’를, ‘지나치는 코스가 아니라 목적지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총합이 1조 원의 소비로 이어졌다.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일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멈추지 않았고, 부산을 향한 글로벌 미디어의 주목은 계속되고 있다. 소비 욕구의 방향이 로컬 경험으로 이동한 것도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닌 세대 교체와 맞물린 구조적 변화다. 관광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서울의 명동·홍대·성수가 외국인 인프라로 포화에 가까워진 반면, 부산의 서면·광안리·남포동은 아직 전환 중이다. 외국인 수요, 앞다퉈 들어오는 브랜드, 여전히 합리적인 부동산 가격, 이 세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길지 않다. 지금 이 흐름을 선점하는 브랜드와 자산이 3~5년 후 부산 상권의 지형을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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