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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주도권을 직접 쥐는 브랜드들의 새로운 매입 공식

상권의 주도권을 직접 쥐는 브랜드들의 새로운 매입 공식

상권의 주도권을 직접 쥐는 브랜드들의 새로운 매입 공식

Article Highlights

  • 매입 문법의 재편: 거대 자본의 랜드마크 확보에서 신흥 브랜드의 골목 단위 클러스터링 거점 구축으로 진화

  • 재무 전략과 공간 주권: 임대료 매몰 비용의 자산화, 퇴거 리스크 방어, 공간 기획의 완전한 자율성 및 지가 상승분 직접 회수

  • 자산 밸류업 기준의 전환: 표준화된 신축 스펙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투영할 수 있는 구조적 여백과 공간적 잠재력 중심의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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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이 지면을 통해 리테일의 문법이 '어디에 있느냐(Where)'에서 '어떻게 있느냐(How)'로 이동했음을 짚었다. 좋은 입지를 선점하면 성과가 담보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같은 자리에서도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가 브랜드와 자산의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결국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에 도달한다. "그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Whose)?"

브랜드가 공간을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닌 고유한 서사를 전달하는 매체로 정의할수록, 빌려 쓰는 공간의 한계는 뚜렷해진다. 치솟는 임대료와 임대인의 개입, 계약 만료의 불확실성에 끌려가는 대신, 브랜드들은 비용을 자산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간 전개의 자율권을 확보하고 재무적 안전판을 구축하기 위해 '건물주'라는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의 청담과 지금의 성수·도산: 매입 문법의 변화


브랜드가 공간을 직접 소유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와 대기업, 주요 자본가들은 청담동 명품거리나 한남동 일대의 핵심 입지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들여 랜드마크와 거점을 세웠고, 오랜 기간 보유해 온 자산에 사옥과 안테나숍을 올렸다.

그러나 그 시절의 소유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하우스의 상징적 투자이거나 대기업의 고정자산 활용에 국한된, 소수 거대 자본만의 문법이었다. 지금 성수, 도산, 약수·신당 일대에서 목격되는 매입의 파도는 그 성격과 주체에서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매입이 거대 자본의 '사옥형 안테나숍 확보'였다면, 지금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실질적인 변화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매입을 희망하는 주체가 대기업 바깥으로 넓어졌다. VC 투자를 받거나 온라인·D2C로 급성장한 중소 브랜드까지 수십에서 수백억 대 자금을 놓고 매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희망과 실제 성사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대형 매입에 성공하는 쪽은 자금 체력이 받쳐주는 소수이며, 핵심 상권의 자산은 시장에 공개 매물로 나오기 전에 소수의 관계자 사이에서 매입 의향이 오가는 정보 비대칭 시장이기 때문이다.

둘째, 메인 대로변이 아닌 이면 골목의 구옥이나 공장을 매입해 골목 단위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방식을 취한다. 브랜드가 상권에 수동적으로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 목적지를 만들어 골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탄생 배경과 공간 서사까지 들여다보는 구조에서, 골목의 맥락을 점유하는 전략은 브랜드 몰입도를 높인다.

셋째, 단기 트렌드 중심 상권에서 장기 거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다. 대기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상권일수록 단기 팝업이나 잦은 회전율 중심의 임대차 계약이 주를 이루면서, 브랜드가 시간을 들여 진성 고객과 깊은 관계를 맺기에는 임대차 호흡이 다소 짧아진 측면이 있다.

여기에 유동인구 밀집에 따른 브랜드 피로도 역시 매입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빠른 소비와 단순 노출에 치중하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깊이를 온전히 축적하고자 하는 창업자들은 독립된 이면 구옥이나 작은 필지에서 차분하게 브랜드의 결을 다지는 독립된 거점을 필요로 한다.

결국 외부 환경의 변동성에 구애받지 않고 브랜드의 영속성을 이어가면서, 장기적인 자산 가치까지 함께 구축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직접 매입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가 건물주가 되던 날: 클러스터링과 본진 구축

높은 임대료 리스크와 계약 만료에 따른 명도 변수를 제거하고, 브랜드의 핵심 오프라인 거점을 영구 확보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전략


도산공원 상권에서는 젠틀몬스터를 전개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이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10월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도산'이 입점해 있던 신사동 건물을 686억 원(대지 평당 3억 5천만 원)에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인근 '스투시 서울 챕터' 건물(340억 원)과 인접 단독주택(285억 원)을 연달아 매입했다. 특정 골목의 복수 필지를 확보해 테넌트 구성과 상권 분위기를 직접 주도하는 방식이다.

서울숲길에 선보인 첫 번째 러닝 특화 전문 편집숍, 무신사 런.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 역시 주요 패션 기업들의 자산 매입이 이어졌다.

  • 시몬스(Simmons): 연무장길 인근 자산을 355억 원에 매입하며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했다.

  •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 연무장길 핵심 부지를 317억 원(대지 평당 약 2억 5천만 원)에 사들여 브랜드 플래그십으로 전환했다.

  • 무신사(Musinsa): 성수동 일대에만 5개 이상의 토지와 건물을 집중 매입(엠프티 부지 105억 원, 옛 물류센터 부지 460억 원 등)하며 개발 축을 주도하고 있다.

세입자였던 브랜드가 건물주로 전환되는 순간, 해당 브랜드는 자사 매장의 임차인인 동시에 상권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앵커(Anchor)가 된다. 공간 운영을 넘어 자산 가치 상승의 주도권을 직접 쥐게 되는 구조다.


Expert's Insight

"매입은 임대차 계약이나 외부 간섭 없이 브랜드 고유의 콘셉트와 서사를 공간에 온전히 담아낼 통제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여기에 매달 지출되던 임대료를 자산으로 전환하고, 향후 매각 시 시세 차익(Capital Gain)까지 염두에 둔 실용적인 재무 전략이 결합되어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브랜드가 매입을 검토하는 이유


부동산 시장 전체로 보면 고금리와 금융비용 부담으로 중소형 빌딩 매입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도산공원 대지는 평당 3억 5천만~4억 원, 성수동 연무장길은 평당 2억 5천만 원 안팎, 성수2가 이면도 평당 1억 6,800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 상업용 빌딩 시장에서 브랜드가 매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동산'이 배제되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브랜드 전략의 유효한 한 축으로 부상했다. 브랜드의 현실적인 셈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첫째, 매달 발생하는 고액 임대료의 '자산화'. 서울 핵심 상권 1층 임대료는 평당 100만 원을 상회한다. 매달 임대료로 소모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그 자금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자산으로 편입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 둘째, 상권 가치 상승분의 직접 회수. 브랜드가 대규모 인테리어 비용과 마케팅을 투입해 골목을 활성화하더라도, 지가 상승분은 건물주에게 귀속된다. 계약 만료 시점의 임대료 인상이나 퇴거 리스크 대신, 가치 상승 과실을 직접 취하고 향후 매각을 통한 엑시트(Exit)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매입을 택한다.

  • 셋째, 공간 통제권과 연출의 자율성. 외관(파사드)을 교체하고 층고와 내부 구조를 브랜드 정체성에 맞게 변경하는 일은 임차 구조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오프라인 공간 자체가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이 된 상황에서, 공간을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권리는 실질적인 경쟁력이 된다.

이와 함께 매입 방식의 다변화도 나타난다. 법인이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 외에도, 창업자나 대표 개인이 건물을 매입한 뒤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구조가 활용된다. 이는 법인의 안정적인 장기 거점 확보와 개인 차원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동시에 충족하는 방식이다.

다만 매입이 모든 브랜드의 정답은 아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카테고리라면 자본을 묶어두기보다 자산을 가볍게 유지하며 다음 상권으로 이동하는 편이 유효하다. 매입과 임차는 우열이 아닌, 브랜드의 자금력과 성장 단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무엇을 사는가 — '1층 리테일 + 상층부 오피스'의 이상과 상권별 현실


브랜드가 이상적으로 고려하는 매입 모델은 건물을 통째로 확보해 1층과 저층부는 플래그십 매장 및 쇼룸으로 열고, 상층부는 본사 오피스나 디자인실로 채워 본진을 통합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 구조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상권별 물리적·가격적 한계가 드러난다.

언제가도 사람으로 붐비는 성수


성수와 도산은 통건물 운영이 가능한 물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대지 평당가가 높아 대형 자본을 갖춘 소수 기업 외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 반면 북촌이나 서촌은 상대적으로 단가 접근성이 있으나, 한옥과 노후 구옥 특유의 좁은 필지로 인해 연면적이 부족하다. 1층 쇼룸 외에 상층부 오피스를 둘 공간이 나오지 않아, 통매입이 실사용 사옥보다는 소형 자산 투자나 제한된 쇼룸 용도에 머문다.

신당에 위치한 로우클래식 플래그십&사옥. 브랜드의 오피스, 샘플 제작 작업실, 쇼룸 등을 하나로 결합하여 로우클래식의 정체성을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복합 거점이다.


신당과 약수 일대가 신진 패션 브랜드들의 대안 거점으로 부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우클래식이 약수역 인근 옛 관저 건물을 매입해 1층 리테일과 상층부 디자인실을 통합했듯, 신당·약수는 성수 대비 낮은 가격으로 사옥과 매장을 결합할 유효한 통건물 규모를 제공한다. 인근의 봉제·패턴 공장 인프라와 결합해 기획부터 생산, 리테일까지 한 건물에서 완결 짓는 사옥 복합형 모델을 취한 것이다.

자산을 다시 읽는다: 투자자도 '브랜드의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


브랜드가 건물을 빌려 쓰는 세입자를 넘어 '자산을 직접 사들이는 주체'로 등장하면서, 건물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의 셈법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개발 공식은 단순했다. 번듯하게 신축 건물을 올려 층별로 쪼갠 뒤 임대료를 최대한 높게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브랜드가 직접 건물을 사서 사옥 겸 플래그십으로 쓰려 하는 시장에서는 이런 획일적인 건물이 오히려 외면받기도 한다. 브랜드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꽉 짜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자신들의 색깔을 마음껏 입힐 수 있는 '물리적 여백과 공간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성수동에서 확인된 흐름이 대표적이다. 디올이 화제를 모았던 부지도 원래는 평범한 주차장(나대지)이었고, 성수동 일대 역시 자동차 정비소나 인쇄소, 낡은 붉은 벽돌 공장처럼 새롭게 뜯어고쳐 볼 만한 건물들이 많았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미 다 완성된 규격화된 빌딩보다, 이런 원형의 공간이나 나대지가 자신들의 콘셉트를 펼치기에 훨씬 다루기 좋은 바탕이 된 셈이다.

성수동의 상징과도 같은 디올(Dior)


물론 낡은 구옥이나 나대지가 무조건 신축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이제 투자자나 임대인도 브랜드를 잠재적 매수자이자 핵심 실사용자로 염두에 두고 자산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짚었듯 브랜드들이 직접 매입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층고, 파사드 연출의 자유도, 사옥과 매장을 함께 넣을 수 있는 공간적 유연성이다. 따라서 밸류업을 고민할 때도 무조건 마감재를 고급화하고 쪼개서 세놓을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가 이 공간의 바탕을 보고 통째로 쓰거나 사들이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을 기획 단계부터 함께 고려해 볼 때가 되었다.


Expert's Insight

"리테일 부동산에서 '입지'가 핵심 기준임은 분명하다. 깔끔하게 신축된 빌딩을 선호하는 기업과 테넌트 수요 역시 여전히 시장의 큰 축이다. 다만 최근 직접 매입에 나서는 브랜드들의 눈높이는 조금 다르다. 완성된 건물 자체의 스펙보다, 브랜드의 색깔을 자유롭게 덧입힐 수 있는 공간적 여백과 잠재력(포텐셜)을 갖춘 건물을 찾는 수요층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


빌리는 채널에서 소유하는 자산으로


서울 리테일 시장의 문법은 크게 진화해 왔다.

  • Where (입지): 어디에 자리 잡았는가, 유동인구와 메인 상권 선점

  • Where & Who (입지와 타깃): 유동인구가 많은 메인 도로변을 선점하고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 What & How (콘텐츠와 경험): 어떤 상품(MD)과 공간으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시킬 것인가

  • Whose (공간과 자산의 주권): 치솟는 임대료와 외부 변동성을 넘어, 그 공간의 소유와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익숙한 역설이 있다. 줄 서는 맛집이 상권을 띄워놓으면 임대료가 치솟고, 결국 원조 가게가 쫓겨난 자리에 들어선 복제 매장은 얼마 못 가 문을 닫으며 상권 자체가 활력을 잃는 현상이다. 공간의 물리적 조건이 같아도, 그곳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자산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 사례다.

최근 브랜드들이 '소유'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본질적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빌린 무대 위에서는 언제든 내쫓기거나 브랜드의 결이 훼손될 수 있지만, 무대를 직접 소유한 브랜드는 쫓겨날 걱정 없이 긴 호흡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공간에 축적하고 자산 가치를 온전히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건물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임차를 택한 브랜드가 계약 변동 리스크를 안는 대신 자산을 가볍게 유지하며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음 상권으로 기민하게 움직인다면, 소유를 택한 브랜드는 자본 투입의 무게를 짊어지는 대신 독자적인 브랜딩과 자산 방어라는 실익을 챙긴다. 각자의 체력과 전략에 따른 선택이다.

이는 임대인과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표준화된 신축 빌딩으로 안정적인 테넌트를 유치하는 방식과 더불어, "이 공간을 누가, 어떻게 채워야 자산의 가치가 지속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공간을 점유하는 자와 소유하는 자의 셈법이 교차하고, 리테일이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흐름 속에서, 브랜드의 생명력과 공간의 잠재력을 균형 있게 꿰뚫어 보는 주체가 다음 상권의 기회를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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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발행물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CBRE 코리아의 현재 견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CBRE 코리아가 통제할 수 없는 시장상황의 불확실한 요소들이 존재하며, CBRE 코리아의 견해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주관적 분석에 근거한 의견임을 밝힙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자문기관은 상이한 견해를 가지거나 분석을 행할 수 있으며, 향후 실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은 본 발행물의 내용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CBRE 코리아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본 발행물의 내용을 업데이트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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