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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리테일 | 장기 공실의 원인과 해법

오피스 리테일 | 장기 공실의 원인과 해법

오피스 리테일 | 장기 공실의 원인과 해법

오피스 리테일의 공실이 풀린 세 가지 사례

오피스 리테일의 공실이 풀린 세 가지 사례

오피스 리테일의 공실이 풀린 세 가지 사례

Article Highlights

  • 장기 공실은 임대료를 낮추기 전에, 브랜드가 왜 거절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풀린다.

  • 임대료가 아닌 다른 조건만 바꿔도 충분히 임차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신축 오피스의 경우, 첫 앵커가 나머지 공실을 채우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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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임대 조건이 좋으면 공실은 채워지는 것 아닌가?”


장기 공실을 해소한 사례를 소개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맞는 말이다. 임대료와 관리비, 초기 투자 부담이 사업성에 맞지 않으면 브랜드는 입점을 결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조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실이 있다. 비슷한 조건인데도 금방 채워지는 자리가 있고, 해를 넘기는 자리가 있다. 오피스 빌딩 1층과 지하는 건물의 얼굴이라, 위층 사무실이 꽉 차 있어도 로비 옆 상가가 몇 달째 가림막을 두르고 있으면 건물 전체가 한산해 보인다.

본 아티클의 모든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최종 계약 조건만으로는 오래 비어 있던 공간이 어떻게 채워졌는지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그 공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브랜드를 어떻게 찾았는지, 무엇이 입점을 가로막았는지, 임대인이 어떤 근거로 조건을 조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계약 조건은 처음부터 주어지기도 하지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양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피스 리테일 시리즈 첫 편에서는 장기 공실이 어디서 생기고 실제로 어떻게 풀렸는지를 정리했다. 오피스 빌딩을 가진 임대인에게는 공실이 길어지는 이유와 이를 풀어 온 방법을, 저층부 입점을 고민하는 브랜드에게는 임대인이 어떤 지점에서 조건을 조정하는지를 담았다. 오래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진 세 가지 사례도 함께 살펴본다.

공실이 지속되는 이유부터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가 입점을 거절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예상 매출에 비해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이 클 수도 있고, 입지는 마음에 들어도 간판 노출이나 급배기 설비가 출점 기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형 면적을 채워야 하는데 임대인이 원하는 업종과 실제로 입점 가능한 업종이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문의가 적다거나 계약이 무산됐다는 결과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봐야 한다. 어떤 브랜드에 제안했고, 어느 단계에서 검토가 멈췄으며, 무엇이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는지.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비슷한 브랜드에 제안하고 같은 답을 듣는 일이 반복된다.

해법을 찾을 때는 바꾸기 어려운 제약과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나눠 봐야 한다. 입지와 층, 내력기둥 같은 요소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이런 공간은 그 특성을 안고도 영업할 수 있는 업종과 브랜드를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반면 임대료 구조와 보증금, 무상 임대 기간, 유치 업종은 임대인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파사드와 급배기, 단차는 개선이 가능한지, 비용과 승인 절차는 어떤지를 검토한 뒤 어디까지 손댈지 정한다.


모든 공간에 공사를 하거나 임대료를 낮출 필요는 없다. 계약을 가로막는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들어가는 부담과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함께 놓고 판단하면 된다.

숫자 밖에서 풀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공사 시간이 대표적이다. 오피스 빌딩은 대개 상가 공사를 야간과 주말로 제한한다. 소음과 분진이 적은 작업에 한해 주간 공사를 허용하면 임차인의 공사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착공 전에 착공계 등 관련 서류를 PM에 제출하기 때문에 임대인도 일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는 특히 효과가 크다.


간판도 마찬가지다. 외관 관리를 이유로 지주형 간판만 허용하는 건물이 많지만, 브랜드는 길 건너에서도 보이는 간판을 원한다. 미관이 우려된다면 폰트와 크기, 색상 등 외부 간판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설치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여의도의 일부 신축 오피스가 이러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 공사 허용

061218

공사 기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오른 지금 특히 효과가 크다.

외부 간판 가이드라인

길 건너에서도 보이는 간판을 달 수 있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 오피스 리테일 사례: 개선의 가능성을 찾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의 한 오피스 빌딩에는 수년간 비어 있던 유닛과 주유소가 빠져나간 자리가 있었다. 임대인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대수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주목할 것은 대수선 이후의 모습이었다. 공사를 거치면 파사드를 새로 확보할 수 있고, 오피스 빌딩의 주차시설도 활용할 수 있었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라는 입지에 테라스와 파사드, 인근에서 찾기 어려운 주차 여건까지 더해지면 브랜드가 이 공간을 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었다. 대수선 추진과 함께 여러 브랜드와의 협의가 시작됐다.

유치는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의 우려를 키웠고, 공사 전이라 완성된 공간과 영업 환경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거절이 이어졌지만, 공간이 바뀐 뒤의 모습을 평가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작업은 계속됐다.


최종적으로 들어온 곳은 이탈리안 식당이었다. 이 브랜드는 동네의 매력과 테라스, 새로 확보될 파사드를 긍정적으로 봤다. 임대인도 조건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입점이 성사됐고, 이후 매장은 방문객과 임대인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발점은 임대인의 개선 의지였다. 다만 공사 전에는 바뀐 공간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그 가능성을 알아볼 브랜드를 끝까지 찾아야 한다. 공간 개선을 검토하는 임대인이라면 공사 계획과 임차인 유치를 따로 떼지 말고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을지로 오피스 리테일 사례: 우리 오피스의 앵커가 되어주시겠어요?


을지로 이면도로의 한 신축 오피스는 좁은 파사드와 높은 임대료 등으로 임차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대인은 공실 해소에 적극적이었고, 브랜드 미팅에도 직접 참여해 입점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새 건물에 처음 들어가는 브랜드는 입점 이후의 매출과 집객을 예측하기 어렵다. 다른 점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면 첫 입점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브랜드가 신축 오피스의 첫 테넌트가 되기를 망설이는 이유다. 여러 브랜드와 협의를 거치며 첫 계약을 끌어낼 전략과 조건을 다시 짜야 했다.


방향은 앵커로 검증된 브랜드를 확보하는 쪽으로 잡혔다. 지하층 약 100평 규모의 고기 전문점에 고정 임대료 없이 매출 수수료만 받는 조건을 제공했다. 첫 앵커의 부담을 낮춰 입점을 이끌어 내는 선택이었다. 앵커 계약 이후 다른 브랜드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후속 계약이 이어지면서 리테일 아케이드의 공실이 해소됐다. 모든 임차인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기보다, 후속 임대의 계기가 될 브랜드에 좋은 조건을 집중한 판단이 통했다.

이 사례에서 임대인은 시장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린 주체였다. 신축 오피스에서는 첫 앵커가 정해지기 전까지 유치가 더디다가, 앵커가 자리를 잡으면 후속 임대가 빠르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축 건물을 가진 임대인이라면 모든 호실의 조건을 똑같이 맞추기보다 첫 앵커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부터 따져 볼 만하다.

강남 오피스 리테일 사례: 대형 공간에 맞는 임차인을 찾다


강남역 인근의 약 300평 공간은 면적과 시설, 임대인의 업종 선호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곳이었다. 임대인은 체육시설 입점을 원하지 않았고, F&B를 유치하려면 급배기 등 시설 측면의 과제를 먼저 풀어야 했다. 강남역 권역이지만 해당 공간 주변의 유동이 적다는 점도 제약이었다. 이런 공간은 처음부터 정답 업종을 정해 두기 어렵다.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과 협의하면서 임대인이 수용할 수 있는 업종이 어디까지인지, 시설과 입지의 한계가 실제 출점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대형 약국이 후보로 떠올랐다. 유동이 적다는 점은 일부 업종에는 약점이었지만, 주거지와 가까운 입지는 대형 약국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같은 공간이라도 업종과 사업 모델에 따라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구체적인 임차인이 정해지자 임대인도 후속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형 약국과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


대형 면적일수록 업종 선택의 폭이 좁아 보이지만, 그 공간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는 업종이 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계약 가능성이 보이면 임대인의 판단도 빨라진다.

계약 조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 사례에서 계약의 접점은 서로 달랐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에서는 대수선 이후의 가치를 알아본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고, 을지로에서는 검증된 앵커에 좋은 조건을 집중했다. 강남에서는 시설과 업종의 제약 속에서도 해당 입지를 긍정적으로 본 대형 약국을 만났다. 같은 공간, 같은 조건이라도 어떤 브랜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조건은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누구에게 어떤 조건을 제안할지 판단하고, 양측이 그 조건에 합의하도록 이끄는 일이다. 최종 계약서에 담긴 조건에는 공간을 검토하고 브랜드를 찾고 협상을 이어 온 과정이 반영돼 있다. 공실이 어떻게 풀렸는지 이해하려면 그 과정까지 함께 봐야 한다.

임대인의 의지를 실행으로 이어가는 역할


세 사례에서 임대인의 참여 방식은 달랐다. 대수선 아이디어를 먼저 낸 임대인이 있었고, 브랜드 미팅에 직접 나선 임대인도 있었다. 구체적인 후보가 나타나자 협의에 속도를 낸 임대인도 있었다.

공실 해소에는 결국 임대인의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해법을 알고 움직일 수 있는 임대인은 많지 않다. 거절과 협상 무산이 반복되면 조건을 조정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차라리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장과 브랜드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기존 접근이 왜 어려웠는지와 다음에 시도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공간 개선의 효과를 설명하거나 다른 업종을 연결하고, 조건을 어디까지 조정하면 계약 가능성이 달라지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임대인의 의지가 약해졌을 때 다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리테일 자문의 몫이다.

임대인은 자신의 자산을 잘 알지만, 다양한 브랜드에 접근할 네트워크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해 본 인력 및 경험을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 다른 자산 관리 업무와 병행하며 하나의 공실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기 공실일수록 브랜드 네트워크와 유사 자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진단하고, 검토가 중단된 이유를 다음 협의에 반영하며, 시설과 계약 조건의 쟁점을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장기 공실의 해소는 가능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세 사례 모두 처음부터 해법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수선 이후의 공간을 평가할 브랜드를 찾고, 앵커에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고, 해당 입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대형 약국을 만나는 과정에서 계약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가능성은 대부분 현장에서 나온다. 거절된 이유는 다음 제안의 방향이 되고, 임차인이 보인 관심은 공간의 강점과 조정할 조건을 알려 주는 단서가 된다. 다만 그 가능성을 계약으로 바꾸려면 임대인의 의사결정과 시설 검토, 조건 협상까지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임대인에게는 활용되지 못하던 공간이, 맞는 임차인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래 비어 있는 자리를 가진 임대인이라면 조건을 낮추기 전에 공실의 이유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피스 저층부 입점을 고민하는 브랜드라면 오래 비어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가 바뀔 수 있는지와 임대인이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낫다.


다음 편에서는 공실을 채운 그 다음 이야기를 다룬다. 구조를 크게 바꾸기 어려운 건물에서 MD와 운영만으로 어디까지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운용사가 탐내는 브랜드는 오피스 저층부를 어떻게 보는지, 앵커 하나가 건물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를 들여다본다.

“결국 임대 조건이 좋으면 공실은 채워지는 것 아닌가?”


장기 공실을 해소한 사례를 소개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맞는 말이다. 임대료와 관리비, 초기 투자 부담이 사업성에 맞지 않으면 브랜드는 입점을 결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조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실이 있다. 비슷한 조건인데도 금방 채워지는 자리가 있고, 해를 넘기는 자리가 있다. 오피스 빌딩 1층과 지하는 건물의 얼굴이라, 위층 사무실이 꽉 차 있어도 로비 옆 상가가 몇 달째 가림막을 두르고 있으면 건물 전체가 한산해 보인다.

본 아티클의 모든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최종 계약 조건만으로는 오래 비어 있던 공간이 어떻게 채워졌는지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그 공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브랜드를 어떻게 찾았는지, 무엇이 입점을 가로막았는지, 임대인이 어떤 근거로 조건을 조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계약 조건은 처음부터 주어지기도 하지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양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피스 리테일 시리즈 첫 편에서는 장기 공실이 어디서 생기고 실제로 어떻게 풀렸는지를 정리했다. 오피스 빌딩을 가진 임대인에게는 공실이 길어지는 이유와 이를 풀어 온 방법을, 저층부 입점을 고민하는 브랜드에게는 임대인이 어떤 지점에서 조건을 조정하는지를 담았다. 오래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진 세 가지 사례도 함께 살펴본다.

공실이 지속되는 이유부터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가 입점을 거절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예상 매출에 비해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이 클 수도 있고, 입지는 마음에 들어도 간판 노출이나 급배기 설비가 출점 기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형 면적을 채워야 하는데 임대인이 원하는 업종과 실제로 입점 가능한 업종이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문의가 적다거나 계약이 무산됐다는 결과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봐야 한다. 어떤 브랜드에 제안했고, 어느 단계에서 검토가 멈췄으며, 무엇이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는지.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비슷한 브랜드에 제안하고 같은 답을 듣는 일이 반복된다.

해법을 찾을 때는 바꾸기 어려운 제약과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나눠 봐야 한다. 입지와 층, 내력기둥 같은 요소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이런 공간은 그 특성을 안고도 영업할 수 있는 업종과 브랜드를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반면 임대료 구조와 보증금, 무상 임대 기간, 유치 업종은 임대인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파사드와 급배기, 단차는 개선이 가능한지, 비용과 승인 절차는 어떤지를 검토한 뒤 어디까지 손댈지 정한다.


모든 공간에 공사를 하거나 임대료를 낮출 필요는 없다. 계약을 가로막는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들어가는 부담과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함께 놓고 판단하면 된다.

숫자 밖에서 풀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공사 시간이 대표적이다. 오피스 빌딩은 대개 상가 공사를 야간과 주말로 제한한다. 소음과 분진이 적은 작업에 한해 주간 공사를 허용하면 임차인의 공사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착공 전에 착공계 등 관련 서류를 PM에 제출하기 때문에 임대인도 일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는 특히 효과가 크다.


간판도 마찬가지다. 외관 관리를 이유로 지주형 간판만 허용하는 건물이 많지만, 브랜드는 길 건너에서도 보이는 간판을 원한다. 미관이 우려된다면 폰트와 크기, 색상 등 외부 간판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설치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여의도의 일부 신축 오피스가 이러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 공사 허용

061218

공사 기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오른 지금 특히 효과가 크다.

외부 간판 가이드라인

길 건너에서도 보이는 간판을 달 수 있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 오피스 리테일 사례: 개선의 가능성을 찾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의 한 오피스 빌딩에는 수년간 비어 있던 유닛과 주유소가 빠져나간 자리가 있었다. 임대인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대수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주목할 것은 대수선 이후의 모습이었다. 공사를 거치면 파사드를 새로 확보할 수 있고, 오피스 빌딩의 주차시설도 활용할 수 있었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라는 입지에 테라스와 파사드, 인근에서 찾기 어려운 주차 여건까지 더해지면 브랜드가 이 공간을 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었다. 대수선 추진과 함께 여러 브랜드와의 협의가 시작됐다.

유치는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의 우려를 키웠고, 공사 전이라 완성된 공간과 영업 환경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거절이 이어졌지만, 공간이 바뀐 뒤의 모습을 평가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작업은 계속됐다.


최종적으로 들어온 곳은 이탈리안 식당이었다. 이 브랜드는 동네의 매력과 테라스, 새로 확보될 파사드를 긍정적으로 봤다. 임대인도 조건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입점이 성사됐고, 이후 매장은 방문객과 임대인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발점은 임대인의 개선 의지였다. 다만 공사 전에는 바뀐 공간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그 가능성을 알아볼 브랜드를 끝까지 찾아야 한다. 공간 개선을 검토하는 임대인이라면 공사 계획과 임차인 유치를 따로 떼지 말고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을지로 오피스 리테일 사례: 우리 오피스의 앵커가 되어주시겠어요?


을지로 이면도로의 한 신축 오피스는 좁은 파사드와 높은 임대료 등으로 임차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대인은 공실 해소에 적극적이었고, 브랜드 미팅에도 직접 참여해 입점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새 건물에 처음 들어가는 브랜드는 입점 이후의 매출과 집객을 예측하기 어렵다. 다른 점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면 첫 입점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브랜드가 신축 오피스의 첫 테넌트가 되기를 망설이는 이유다. 여러 브랜드와 협의를 거치며 첫 계약을 끌어낼 전략과 조건을 다시 짜야 했다.


방향은 앵커로 검증된 브랜드를 확보하는 쪽으로 잡혔다. 지하층 약 100평 규모의 고기 전문점에 고정 임대료 없이 매출 수수료만 받는 조건을 제공했다. 첫 앵커의 부담을 낮춰 입점을 이끌어 내는 선택이었다. 앵커 계약 이후 다른 브랜드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후속 계약이 이어지면서 리테일 아케이드의 공실이 해소됐다. 모든 임차인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기보다, 후속 임대의 계기가 될 브랜드에 좋은 조건을 집중한 판단이 통했다.

이 사례에서 임대인은 시장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린 주체였다. 신축 오피스에서는 첫 앵커가 정해지기 전까지 유치가 더디다가, 앵커가 자리를 잡으면 후속 임대가 빠르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축 건물을 가진 임대인이라면 모든 호실의 조건을 똑같이 맞추기보다 첫 앵커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부터 따져 볼 만하다.

강남 오피스 리테일 사례: 대형 공간에 맞는 임차인을 찾다


강남역 인근의 약 300평 공간은 면적과 시설, 임대인의 업종 선호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곳이었다. 임대인은 체육시설 입점을 원하지 않았고, F&B를 유치하려면 급배기 등 시설 측면의 과제를 먼저 풀어야 했다. 강남역 권역이지만 해당 공간 주변의 유동이 적다는 점도 제약이었다. 이런 공간은 처음부터 정답 업종을 정해 두기 어렵다.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과 협의하면서 임대인이 수용할 수 있는 업종이 어디까지인지, 시설과 입지의 한계가 실제 출점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대형 약국이 후보로 떠올랐다. 유동이 적다는 점은 일부 업종에는 약점이었지만, 주거지와 가까운 입지는 대형 약국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같은 공간이라도 업종과 사업 모델에 따라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구체적인 임차인이 정해지자 임대인도 후속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형 약국과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


대형 면적일수록 업종 선택의 폭이 좁아 보이지만, 그 공간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는 업종이 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계약 가능성이 보이면 임대인의 판단도 빨라진다.

계약 조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 사례에서 계약의 접점은 서로 달랐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에서는 대수선 이후의 가치를 알아본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고, 을지로에서는 검증된 앵커에 좋은 조건을 집중했다. 강남에서는 시설과 업종의 제약 속에서도 해당 입지를 긍정적으로 본 대형 약국을 만났다. 같은 공간, 같은 조건이라도 어떤 브랜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조건은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누구에게 어떤 조건을 제안할지 판단하고, 양측이 그 조건에 합의하도록 이끄는 일이다. 최종 계약서에 담긴 조건에는 공간을 검토하고 브랜드를 찾고 협상을 이어 온 과정이 반영돼 있다. 공실이 어떻게 풀렸는지 이해하려면 그 과정까지 함께 봐야 한다.

임대인의 의지를 실행으로 이어가는 역할


세 사례에서 임대인의 참여 방식은 달랐다. 대수선 아이디어를 먼저 낸 임대인이 있었고, 브랜드 미팅에 직접 나선 임대인도 있었다. 구체적인 후보가 나타나자 협의에 속도를 낸 임대인도 있었다.

공실 해소에는 결국 임대인의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해법을 알고 움직일 수 있는 임대인은 많지 않다. 거절과 협상 무산이 반복되면 조건을 조정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차라리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장과 브랜드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기존 접근이 왜 어려웠는지와 다음에 시도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공간 개선의 효과를 설명하거나 다른 업종을 연결하고, 조건을 어디까지 조정하면 계약 가능성이 달라지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임대인의 의지가 약해졌을 때 다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리테일 자문의 몫이다.

임대인은 자신의 자산을 잘 알지만, 다양한 브랜드에 접근할 네트워크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해 본 인력 및 경험을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 다른 자산 관리 업무와 병행하며 하나의 공실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기 공실일수록 브랜드 네트워크와 유사 자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진단하고, 검토가 중단된 이유를 다음 협의에 반영하며, 시설과 계약 조건의 쟁점을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장기 공실의 해소는 가능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세 사례 모두 처음부터 해법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수선 이후의 공간을 평가할 브랜드를 찾고, 앵커에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고, 해당 입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대형 약국을 만나는 과정에서 계약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가능성은 대부분 현장에서 나온다. 거절된 이유는 다음 제안의 방향이 되고, 임차인이 보인 관심은 공간의 강점과 조정할 조건을 알려 주는 단서가 된다. 다만 그 가능성을 계약으로 바꾸려면 임대인의 의사결정과 시설 검토, 조건 협상까지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임대인에게는 활용되지 못하던 공간이, 맞는 임차인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래 비어 있는 자리를 가진 임대인이라면 조건을 낮추기 전에 공실의 이유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피스 저층부 입점을 고민하는 브랜드라면 오래 비어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가 바뀔 수 있는지와 임대인이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낫다.


다음 편에서는 공실을 채운 그 다음 이야기를 다룬다. 구조를 크게 바꾸기 어려운 건물에서 MD와 운영만으로 어디까지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운용사가 탐내는 브랜드는 오피스 저층부를 어떻게 보는지, 앵커 하나가 건물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를 들여다본다.

“결국 임대 조건이 좋으면 공실은 채워지는 것 아닌가?”


장기 공실을 해소한 사례를 소개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맞는 말이다. 임대료와 관리비, 초기 투자 부담이 사업성에 맞지 않으면 브랜드는 입점을 결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조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실이 있다. 비슷한 조건인데도 금방 채워지는 자리가 있고, 해를 넘기는 자리가 있다. 오피스 빌딩 1층과 지하는 건물의 얼굴이라, 위층 사무실이 꽉 차 있어도 로비 옆 상가가 몇 달째 가림막을 두르고 있으면 건물 전체가 한산해 보인다.

본 아티클의 모든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최종 계약 조건만으로는 오래 비어 있던 공간이 어떻게 채워졌는지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그 공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브랜드를 어떻게 찾았는지, 무엇이 입점을 가로막았는지, 임대인이 어떤 근거로 조건을 조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계약 조건은 처음부터 주어지기도 하지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양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피스 리테일 시리즈 첫 편에서는 장기 공실이 어디서 생기고 실제로 어떻게 풀렸는지를 정리했다. 오피스 빌딩을 가진 임대인에게는 공실이 길어지는 이유와 이를 풀어 온 방법을, 저층부 입점을 고민하는 브랜드에게는 임대인이 어떤 지점에서 조건을 조정하는지를 담았다. 오래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진 세 가지 사례도 함께 살펴본다.

공실이 지속되는 이유부터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가 입점을 거절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예상 매출에 비해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이 클 수도 있고, 입지는 마음에 들어도 간판 노출이나 급배기 설비가 출점 기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형 면적을 채워야 하는데 임대인이 원하는 업종과 실제로 입점 가능한 업종이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문의가 적다거나 계약이 무산됐다는 결과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봐야 한다. 어떤 브랜드에 제안했고, 어느 단계에서 검토가 멈췄으며, 무엇이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는지.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비슷한 브랜드에 제안하고 같은 답을 듣는 일이 반복된다.

해법을 찾을 때는 바꾸기 어려운 제약과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나눠 봐야 한다. 입지와 층, 내력기둥 같은 요소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이런 공간은 그 특성을 안고도 영업할 수 있는 업종과 브랜드를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반면 임대료 구조와 보증금, 무상 임대 기간, 유치 업종은 임대인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파사드와 급배기, 단차는 개선이 가능한지, 비용과 승인 절차는 어떤지를 검토한 뒤 어디까지 손댈지 정한다.


모든 공간에 공사를 하거나 임대료를 낮출 필요는 없다. 계약을 가로막는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들어가는 부담과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함께 놓고 판단하면 된다.

숫자 밖에서 풀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공사 시간이 대표적이다. 오피스 빌딩은 대개 상가 공사를 야간과 주말로 제한한다. 소음과 분진이 적은 작업에 한해 주간 공사를 허용하면 임차인의 공사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착공 전에 착공계 등 관련 서류를 PM에 제출하기 때문에 임대인도 일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는 특히 효과가 크다.


간판도 마찬가지다. 외관 관리를 이유로 지주형 간판만 허용하는 건물이 많지만, 브랜드는 길 건너에서도 보이는 간판을 원한다. 미관이 우려된다면 폰트와 크기, 색상 등 외부 간판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설치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여의도의 일부 신축 오피스가 이러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 공사 허용

061218

공사 기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오른 지금 특히 효과가 크다.

외부 간판 가이드라인

길 건너에서도 보이는 간판을 달 수 있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 오피스 리테일 사례: 개선의 가능성을 찾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의 한 오피스 빌딩에는 수년간 비어 있던 유닛과 주유소가 빠져나간 자리가 있었다. 임대인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대수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주목할 것은 대수선 이후의 모습이었다. 공사를 거치면 파사드를 새로 확보할 수 있고, 오피스 빌딩의 주차시설도 활용할 수 있었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라는 입지에 테라스와 파사드, 인근에서 찾기 어려운 주차 여건까지 더해지면 브랜드가 이 공간을 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었다. 대수선 추진과 함께 여러 브랜드와의 협의가 시작됐다.

유치는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의 우려를 키웠고, 공사 전이라 완성된 공간과 영업 환경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거절이 이어졌지만, 공간이 바뀐 뒤의 모습을 평가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작업은 계속됐다.


최종적으로 들어온 곳은 이탈리안 식당이었다. 이 브랜드는 동네의 매력과 테라스, 새로 확보될 파사드를 긍정적으로 봤다. 임대인도 조건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입점이 성사됐고, 이후 매장은 방문객과 임대인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발점은 임대인의 개선 의지였다. 다만 공사 전에는 바뀐 공간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그 가능성을 알아볼 브랜드를 끝까지 찾아야 한다. 공간 개선을 검토하는 임대인이라면 공사 계획과 임차인 유치를 따로 떼지 말고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을지로 오피스 리테일 사례: 우리 오피스의 앵커가 되어주시겠어요?


을지로 이면도로의 한 신축 오피스는 좁은 파사드와 높은 임대료 등으로 임차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대인은 공실 해소에 적극적이었고, 브랜드 미팅에도 직접 참여해 입점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새 건물에 처음 들어가는 브랜드는 입점 이후의 매출과 집객을 예측하기 어렵다. 다른 점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면 첫 입점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브랜드가 신축 오피스의 첫 테넌트가 되기를 망설이는 이유다. 여러 브랜드와 협의를 거치며 첫 계약을 끌어낼 전략과 조건을 다시 짜야 했다.


방향은 앵커로 검증된 브랜드를 확보하는 쪽으로 잡혔다. 지하층 약 100평 규모의 고기 전문점에 고정 임대료 없이 매출 수수료만 받는 조건을 제공했다. 첫 앵커의 부담을 낮춰 입점을 이끌어 내는 선택이었다. 앵커 계약 이후 다른 브랜드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후속 계약이 이어지면서 리테일 아케이드의 공실이 해소됐다. 모든 임차인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기보다, 후속 임대의 계기가 될 브랜드에 좋은 조건을 집중한 판단이 통했다.

이 사례에서 임대인은 시장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린 주체였다. 신축 오피스에서는 첫 앵커가 정해지기 전까지 유치가 더디다가, 앵커가 자리를 잡으면 후속 임대가 빠르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축 건물을 가진 임대인이라면 모든 호실의 조건을 똑같이 맞추기보다 첫 앵커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부터 따져 볼 만하다.

강남 오피스 리테일 사례: 대형 공간에 맞는 임차인을 찾다


강남역 인근의 약 300평 공간은 면적과 시설, 임대인의 업종 선호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곳이었다. 임대인은 체육시설 입점을 원하지 않았고, F&B를 유치하려면 급배기 등 시설 측면의 과제를 먼저 풀어야 했다. 강남역 권역이지만 해당 공간 주변의 유동이 적다는 점도 제약이었다. 이런 공간은 처음부터 정답 업종을 정해 두기 어렵다.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과 협의하면서 임대인이 수용할 수 있는 업종이 어디까지인지, 시설과 입지의 한계가 실제 출점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대형 약국이 후보로 떠올랐다. 유동이 적다는 점은 일부 업종에는 약점이었지만, 주거지와 가까운 입지는 대형 약국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같은 공간이라도 업종과 사업 모델에 따라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구체적인 임차인이 정해지자 임대인도 후속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형 약국과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


대형 면적일수록 업종 선택의 폭이 좁아 보이지만, 그 공간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는 업종이 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계약 가능성이 보이면 임대인의 판단도 빨라진다.

계약 조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 사례에서 계약의 접점은 서로 달랐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에서는 대수선 이후의 가치를 알아본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고, 을지로에서는 검증된 앵커에 좋은 조건을 집중했다. 강남에서는 시설과 업종의 제약 속에서도 해당 입지를 긍정적으로 본 대형 약국을 만났다. 같은 공간, 같은 조건이라도 어떤 브랜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조건은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누구에게 어떤 조건을 제안할지 판단하고, 양측이 그 조건에 합의하도록 이끄는 일이다. 최종 계약서에 담긴 조건에는 공간을 검토하고 브랜드를 찾고 협상을 이어 온 과정이 반영돼 있다. 공실이 어떻게 풀렸는지 이해하려면 그 과정까지 함께 봐야 한다.

임대인의 의지를 실행으로 이어가는 역할


세 사례에서 임대인의 참여 방식은 달랐다. 대수선 아이디어를 먼저 낸 임대인이 있었고, 브랜드 미팅에 직접 나선 임대인도 있었다. 구체적인 후보가 나타나자 협의에 속도를 낸 임대인도 있었다.

공실 해소에는 결국 임대인의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해법을 알고 움직일 수 있는 임대인은 많지 않다. 거절과 협상 무산이 반복되면 조건을 조정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차라리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장과 브랜드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기존 접근이 왜 어려웠는지와 다음에 시도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공간 개선의 효과를 설명하거나 다른 업종을 연결하고, 조건을 어디까지 조정하면 계약 가능성이 달라지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임대인의 의지가 약해졌을 때 다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리테일 자문의 몫이다.

임대인은 자신의 자산을 잘 알지만, 다양한 브랜드에 접근할 네트워크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해 본 인력 및 경험을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 다른 자산 관리 업무와 병행하며 하나의 공실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기 공실일수록 브랜드 네트워크와 유사 자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진단하고, 검토가 중단된 이유를 다음 협의에 반영하며, 시설과 계약 조건의 쟁점을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장기 공실의 해소는 가능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세 사례 모두 처음부터 해법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수선 이후의 공간을 평가할 브랜드를 찾고, 앵커에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고, 해당 입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대형 약국을 만나는 과정에서 계약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가능성은 대부분 현장에서 나온다. 거절된 이유는 다음 제안의 방향이 되고, 임차인이 보인 관심은 공간의 강점과 조정할 조건을 알려 주는 단서가 된다. 다만 그 가능성을 계약으로 바꾸려면 임대인의 의사결정과 시설 검토, 조건 협상까지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임대인에게는 활용되지 못하던 공간이, 맞는 임차인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래 비어 있는 자리를 가진 임대인이라면 조건을 낮추기 전에 공실의 이유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피스 저층부 입점을 고민하는 브랜드라면 오래 비어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가 바뀔 수 있는지와 임대인이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낫다.


다음 편에서는 공실을 채운 그 다음 이야기를 다룬다. 구조를 크게 바꾸기 어려운 건물에서 MD와 운영만으로 어디까지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운용사가 탐내는 브랜드는 오피스 저층부를 어떻게 보는지, 앵커 하나가 건물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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