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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Highlights
· 오피스 저층부는 입주사 편의시설을 넘어, 건물 밖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목적형 리테일로 진화했다. 이제 저층부가 빌딩 전체의 이미지와 자산 가치를 결정짓는다.
· 공사비 부담이 커진 지금, 무리하게 구조를 바꾸기보다 자산 여건에 맞는 범위를 골라 공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밸류애드가 답이 된다.
· 핵심은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공간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 임대인과 한 팀으로 실행하는 데 있다.
여의도 시티프라자의 한 구이 전문 매장 자리. 새로 들어온 매장은 이전 매장의 시설을 그대로 넘겨받았고, 업종도 똑같이 구이류였다. 바뀐 것은 입점 브랜드 하나뿐이었는데, 매출은 이전의 2.5~3배로 뛰었다. 매출 성장은 브랜드만의 성과로 끝나지 않는다. 장사가 잘되는 브랜드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고, 임대인은 공실 걱정을 덜게 된다. 늘어난 손님은 같은 층의 다른 매장과 빌딩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시설은 그대로 두고 맞는 브랜드 하나를 들였을 뿐인데, 자산의 가치까지 올라간 것이다.
오피스 리테일 시리즈 1편에서는 오피스 저층부의 공실이 왜 오래 가는지, 그리고 오래 비어 있던 자리가 실제로 어떻게 채워졌는지를 다뤘다. 가격과 설비, 입지의 문제가 겹친 자리도 그 공간이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을 정확히 고르자 결국 채워졌다. 1편(오피스 리테일 | 장기 공실의 원인과 해법)은 ‘빨리 채울 것인가, 가치를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끝났다. 2편은 그 두 번째 길, 같은 공간의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밸류애드를 다룬다.
밸류애드란: 이미 있는 공간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일
상업용 부동산에서 밸류애드(Value-add)는 자산의 물리적·운영적 요소를 골라 개선해 임대수익과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흔히 대규모 리모델링을 떠올리지만, 오피스 저층부 리테일의 밸류애드는 손대는 범위에 따라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동선과 매장 노출, 공용공간의 분위기 등 상환경은 고객의 방문과 이용 방식, 브랜드의 입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드웨어가 들일 수 있는 업종의 틀을 정한다면, 그 틀 안에서 공간의 수익을 끌어올리는 열쇠는 MD에 있다. 앞의 구이 매장도 이름값에 기댄 것이 아니라, 여의도 직장인 상권의 소비 특성과 그 공간을 잘 아는 브랜드를 들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오늘날 오피스 리테일에 밸류애드가 필수인 이유
오피스 저층부는 오랫동안 입주사 직원의 점심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해결해 주는 부대시설에 머물렀다. 건물 안에 있으면 편리하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곳은 아니었다. 이제는 다르다. 잘 기획된 오피스 저층부는 그 건물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도 일부러 찾아오는 목적형 리테일이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공간을 찾는 고객과 브랜드가 함께 늘고 있다. 오피스 리테일을 둘러싼 환경이 여러 방향에서 한꺼번에 바뀌며 이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주말과 외국인 손님이 늘었다
오피스 상가는 원래 주중 장사라 주말에 하루만 문을 여는 곳이 많았다. 요즘 광화문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여는 매장이 늘었고, 주말 영업을 의무로 정한 건물도 생겼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리테일이 경험 중심으로 바뀌면서, 오피스 저층부도 점심을 해결하는 곳에서 약속을 잡고 머물다 가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더현대 서울과 시너지를 내는 여의도 IFC몰, 그리고 D타워와 KT West,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광화문 상권이 대표적이다. 영문 사이니지를 갖추거나 인포데스크에서 할랄 음식점을 안내하는 건물도 늘었다.
직장인의 일상 소비가 오피스 안으로 들어왔다
직주근접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으면서, 30~50대 고소득 직장인들은 점심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내 복지와 일상 소비까지 오피스 반경 안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오피스 리테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한 번에 쓰는 금액도 커지는 추세다.
트렌디한 브랜드가 오피스로 오고 있다
백화점이나 가두 상권에 머물던 트렌디한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F&B, 뷰티, 웰니스 플래그십을 오피스 저층부로 넓히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구매력 있는 상주 인구와 잘 관리되는 프라임 빌딩 환경이 출점 리스크를 낮춰 주는 입지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저층부가 브랜드들이 먼저 찾는 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저층부가 건물의 첫인상과 임차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 리테일은 건물 전체의 첫인상과 경쟁력을 좌우한다. 로비와 저층부의 완성도는 입주 기업 임직원의 만족도는 물론, 우량 임차 기업을 유치하는 경쟁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저층부가 건물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끌어내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기존 공간은 이 변화를 담지 못한다
기존 저층부는 이런 수요를 담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은행이나 문구점이 나간 1층에 임대인은 식당을 원해도, 전력과 급배기가 부족하면 커피숍이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면적이 작으면 식사·카페·쇼핑·서비스를 엮어 오래 머무는 공간을 만들기 어렵고, 공실을 급하게 채우려고 고객이 지나치게 겹치는 임차인을 들이면 새 수요 대신 기존 매장끼리 매출을 나눠 갖게 된다. 그렇다고 인건비와 자재비가 크게 오른 지금 구조를 통째로 바꾸기도 부담스럽다. 공간의 조건을 면밀히 따져 자산 여건에 맞는 범위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밸류애드가 필요한 이유다.
단계별로 본 밸류애드 사례
대수선과 재건축으로 건물 자체를 바꾸다
1편에서 다룬 도심 북쪽의 주유소 부지 빌딩은 대수선을 거쳤다. 공사 전에는 입점을 망설이거나 거절한 브랜드가 많았지만, 대수선으로 새로 갖춘 파사드와 테라스, 주차 여건을 높게 본 브랜드와 계약이 성사됐다.
건물을 새로 지어도 리테일 시설이 임차인의 요구에 맞는지는 따로 따져 봐야 한다. 재건축으로 새로 지은 여의도 TP타워는 CBRE가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전속으로 임대했는데, 준공 후 일부 시설이 임차인이 요구하는 사양에 못 미쳤다. 임대인이 가능한 범위에서 빠르게 보완하고 그 여건에 맞는 임차인으로 구성을 다시 짜, 지금은 대부분의 매장이 좋은 매출을 내고 있다.
인테리어와 상환경을 손보고 MD를 다시 짜다
1985년 준공된 63빌딩은 오랫동안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지만, 강남과 잠실에 새 랜드마크가 들어서면서 점차 '옛날 공간'으로 밀려났다. 준공 4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 구조를 크게 바꾸기도 어려웠다. 상업시설은 약 3,500평인데 오피스 상주 인구는 약 4,800명이어서, 입주사 직원 수요만으로는 이 면적을 채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화생명은 건물 밖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026년 6월 다시 문을 연 63빌딩은 미술관에서 시작한 동선이 리테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컬처 스트리트'에는 리빙·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아라비카 커피를 모았다. 아라비카는 카페이면서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도 한다. '웰컴 스트리트'에는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국내 1호점 같은 가벼운 식음 매장을 두었다. '고메 스트리트'에는 도쿄 라멘 전문점의 국내 1호점, 평양냉면 전문점, 셰프가 새로 연 한식 업장 등을 넣어 식사 목적의 방문을 받도록 했다. 16년 만에 다시 연 전망대 '63 스카이 피크닉'까지 더해져 전시, 쇼핑, 식사, 전망이 하나의 동선으로 묶였다. 매출은 기대를 크게 웃돌았고 더 큰 성과는 따로 있었다. 노후한 오피스 부대시설도 노후화된 공간을 업그레이드하고 전시와 쇼핑, 식사를 하나의 동선으로 엮으면 다시 찾아올 이유가 생기는 목적형 랜드마크로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는 점이다.
시설은 그대로 두고 임차인을 바꾸다
구이 매장처럼 기존 시설을 살려 성과를 낸 사례는 또 있다. 도심의 한 오피스에 들어선 중식당은 기존 시설 일부를 넘겨받아 입점했고, 매출이 이전의 2배를 넘었다. 임차인은 초기 투자비와 리스크를 줄이고 더 빨리 문을 열었고, 임대인은 공실 기간을 줄였다. 양쪽 모두 이득을 본 구조다.
임차인 하나를 바꾼 효과가 매장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앵커 테넌트가 그렇다.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가 먼저 자리를 잡았는지를 보고 출점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앵커가 정해져야 건물 전체의 MD가 그려진다. GFC(강남파이낸스센터)의 피트니스 공간은 전용 약 550평에 층고 7m의 복층과 대형 사우나까지 있어 운영이 까다로웠다. CBRE는 프라임 오피스를 중심으로 출점해 온 버핏그라운드를 연결했고, 이 브랜드는 GFC 전용 브랜딩까지 수개월을 준비했다. 같은 건물 로비의 서점이 나간 자리에는 카페가 이미 많다는 임대인의 고민을 반영해 와인앤모어를 들였다. 플래그십처럼 꾸민 매장은 로비 분위기를 바꿨고, 매출도 좋아 와인앤모어가 다른 오피스 빌딩을 추가로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임차인을 남기고 어떤 임차인을 바꿀지는 건물 주인이 바뀐 뒤 수익을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 2025년 12월 주인이 바뀐 여의도 시티프라자는 이미 임대료가 높은 자산이었다. 새 주인 입장에서는 매입한 뒤에도 이 임대료를 유지하거나 올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CBRE는 매입 전부터 매수자 측과 함께 실제 수요를 조사하고 기존·잠재 임차인을 인터뷰해 재계약과 교체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1층은 이미 높던 임대료 수준을 낮추지 않고 그대로 지켰고, 2층은 임차인을 교체해 기존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았다. 비싸게 형성된 임대료를 떠안고 산 자산에서 수익을 지키고, 일부는 더 끌어올린 것이다.
반대로 재계약만으로는 임대인의 목표를 맞추기 어려운 자리도 있다. 여의도의 한 오피스에서는 대형 커피 매장과 재계약하더라도 임대료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였고, 그 수준은 임대인의 사업계획에 못 미쳤다. CBRE는 권역 내 최근 계약 사례와 다른 브랜드의 수요를 근거로 교체를 제안하고 계약을 조율했다. 새 브랜드는 원하던 입지를 얻었고, 임대인은 기존의 1.5배 수준 고정 임대료를 받게 됐다. 양쪽 모두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사례다.
처음부터 자산 자체를 함께 기획하다
앞의 사례들은 이미 있는 자산에서 한두 가지를 고쳐 가치를 끌어올린 경우다. 이런 밸류애드도 효과적이지만, 자문이 늦게 참여하면 적합한 임차인을 찾더라도 필요한 여건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 면적과 동선, 파사드, 전력·급배기 등 시설이 이미 정해져 있어 브랜드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나 재계약이나 교체도 충분한 검토 없이 방향을 정하면 다른 임차인을 유치하거나 구성을 개선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고민이 시작되는 단계부터 함께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리 준비하고, 바꾸기 어려운 것은 그 여건에 맞는 임차인과 활용 방안을 찾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검토하고 조정할 여지가 있을 때 자문을 시작하는 것이다.


밸류애드 사례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마곡의 원그로브는 그 고민이 기획 단계에서 시작된 경우다. 2025년 문을 연 원그로브는 CBRE가 처음부터 임대인과 함께 리테일을 기획한 자산이다. 양측은 매주 미팅을 열어 MD와 입점 브랜드를 하나씩 정해 나갔다. 몰 자체를 찾아올 만한 곳으로 만들면서 트레이더스와의 연계, 오피스 입주사를 위한 편의·다이닝 기능을 함께 담았고, 입점을 망설이는 브랜드는 거절 이유를 확인한 뒤 팝업으로 사업성을 검증하거나 시설 과제를 함께 풀어 계약으로 연결했다. 그렇게 함께 만든 리테일의 임대율은 2026년 10월 기준 98.6%다. 준공 뒤에 따로 밸류애드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획 단계에서 리테일을 함께 짠 결과다.
맞는 브랜드를 알고, 임대인과 한 팀으로 움직인다
밸류애드의 성패는 결국 그 공간에 맞는 브랜드를 찾느냐에 달려 있다. 매출이 높은 브랜드라고 모두 오피스에 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력 있는 30~50대 직장인을 겨냥하는 웰니스 식료품점, 대형 커피 체인의 프리미엄 매장, 직장인 선물용 디저트 브랜드는 오피스를 좋아하지만, 인스타그램으로 10~20대를 모으는 브랜드나 매장 연출을 중시하는 브랜드는 가두 상권을 먼저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수, 서촌, 도산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프라임 오피스로 들어오는 브런치 레스토랑과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도 생겼다. 이렇듯 CBRE 코리아 리테일이 보는 리테일 자문의 시작은 어떤 브랜드가 지금 어떤 자리를 원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 중개에 그치지 않고, 공간의 물리적 한계와 권역의 배후 수요, 브랜드의 출점 전략을 함께 본다. 앵커를 고를 때는 인지도보다 그 공간을 잘 운영할 능력과 입점 의지를 보고, 매장끼리 매출을 빼앗지 않도록 MD를 조율하는 일부터 브랜드와 세부 임대 조건을 협상하는 일까지 임대인과 함께한다. 뷔페처럼 다른 매장과 메뉴가 겹치는 앵커가 들어올 때 다른 브랜드를 설득하는 것도 이 일의 일부다. 리테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처음의 임차인 구성이 중요하고, 이후에도 전체 구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발전시켜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리테일 자문이 들어가기 좋은 시점은 임대인이 고민을 시작했을 때다. 매입, 신축, 리뉴얼뿐 아니라 기존 임차인의 재계약과 교체를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함께하면 자산의 수요와 브랜드의 요구를 바탕으로 방향을 정하고, 실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임대인의 고민에 맞춰 CBRE 코리아 리테일은 이 과정을 담당자 한 사람이 아니라 팀으로 맡는다. 프로젝트마다 그 일을 가장 잘 풀 수 있는 사람들이 투입되고, 팀 전체의 경험과 브랜드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인다. 고객이 담당자 한 사람의 역량을 넘어 팀 전체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Office Retail and Beyond
오피스 저층부의 가치는 화려한 리노베이션 공사나 앵커 테넌트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피스 리테일의 쓰임과 수요가 달라진 지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면밀하게 분석해 자산을 다각도로 끌어올리는 밸류애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오피스 빌딩은 이제 사무 공간에 부대시설을 덧댄 건물이 아니다. 오피스와 리테일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자산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오피스+리테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공간의 한계를 기회로 바꾸는 정교한 리테일 전략만이 오피스 건물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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